‘왕따’ 푸틴, 외교 무대 주인공으로… 1등 공신은 트럼프?

2025-05-07

9일 전승절 열병식에 해외 29개국 정상 참석

“트럼프 유화정책이 푸틴 몸값 올려” 분석도

러시아가 제2차 세계대전 승리 80주년을 맞아 개최하는 기념 행사에 해외 29개국 정상이 참여하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일약 세계 외교 무대의 주역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러시아가 2014년 우크라이나를 침공해 크름(크림)반도를 강탈하고 2022년에는 우크라이나를 상대로 전면전을 일으키며 푸틴이 수년간 국제 사회의 ‘왕따’로 전락한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위해 트럼프가 푸틴에게 평화를 호소하며 저자세를 취한 것이 푸틴의 기를 살리고 또 푸틴을 보는 외국 정상들의 시선에 변화를 가져왔다는 평가가 나온다.

6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의 제80주년 전승절(5월9일) 기념식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루이스 이나시오 룰라 데 실바 브라질 대통령,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주엘라 대통령, 미겔 디아스카넬 쿠바 대통령을 비롯해 인도네시아,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베트남, 이집트 등 총 29개국의 정상급 인사가 함께한다. 이들은 전승절 당일 푸틴과 나란히 모스크바 붉은광장에 서서 대규모 열병식을 참관할 예정이다.

애초 북한 김정일 국무위원장의 동참 가능성도 거론됐으나 크레믈궁 측은 모스크바 주재 북한 대사관의 신홍철 대사를 북한 측 참석자로 지목했다.

전승절을 전후해 모스크바는 외교 무대로서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당장 푸틴은 7일 중남미 지역에서 러시아의 대표적 우방인 베네주엘라의 마두로 대통령, 그리고 쿠바의 디아스카넬 대통령과 각각 만나 정상회담을 한다. 특히 푸틴과 마두로는 러시아·베네주엘라 간의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체결할 것으로 전해졌다.

2022년 2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뒤 푸틴이 국제 사회의 ‘문제아’로 지목돼 따돌림을 당한 점을 감안하면 격세지감이 든다. 이를 두고 ‘결국 트럼프가 푸틴을 살려준 꼴’이란 지적이 제기된다. 트럼프는 올해 1월 취임 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양측에 전쟁 종식을 촉구하며 러시아의 요구 사항을 대폭 들어주는 태도를 보였다. 우크라이나 영토가 전쟁 이전으로 원상 복구할 수는 없다는 점,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 가입은 어렵다는 점 등에서 사실상 푸틴과 뜻을 함께한 것이다.

지난 2월 백악관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만난 트럼프는 젤렌스키에게 우크라이나 영토 일부를 러시아에 할양하는 것이 불가피함을 강조했다. 젤렌스키가 반발하자 “당신은 제3차 세계대전으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도박을 하고 있다”고 윽박질렀다. 이어 “평화를 위한 준비가 되면 그때 다시 미국에 오라”며 젤렌스키를 백악관 밖으로 내쫓았다. 이처럼 전쟁 종식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트럼프가 푸틴에게 저자세를 취한 것이 결과적으로 푸틴의 기를 살리고, 외국 정상들 사이에서 푸틴의 몸값을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김태훈 논설위원 af103@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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