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토박이말의 속살 - ‘만나다’

2025-01-03

[우리문화신문=김수업 전 우리말대학원장] '만남'이라는 말은 알다시피 움직씨 '만나다'의 이름꼴로서, '만나는 것'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만나는 것'이 과연 무엇인지는 '만나다'의 말밑(어원)을 밝혀 보아야 드러난다.

'만나다'의 말밑은 (맛+나다), 곧 (맞다+나다)이다. 그러므로 '맞다'의 뜻과 '나다'의 뜻을 알아야 '만나다'의 뜻을 제대로 헤아릴 수가 있다.

'맞다'는 "네 말이 맞다."에서처럼 '옳다(틀림없다)'라는 뜻으로도 쓰지만, 이것은 '만나다'를 만드는 것과 상관이 없다. "어여쁜 며느리를 맞다."에서처럼 '맞이하다'라는 뜻, "대낮에 도둑을 맞다."에서처럼 '당하다'라는 뜻, "날아오는 돌에 맞다."에서처럼 '부딪치다'라는 뜻으로 쓰이는 '맞다'가 '만나다'를 만드는 것과 상관이 있다. 이 가운데서도 '만나다'에는 '맞이하다'라는 뜻이 가장 알맹이로 쓰였다.

그래서 '만나다'는 본디 (맞다 + 나다)를 말밑으로 하여 맞이 하다+나타나다), 곧 '맞이하여 나타나다'를 뜻의 알맹이로 하는 낱말이다. 그런데 '맞이하다'가 과녁말(목적어)을 더불어 쓰기 때문에 '만나다'도 과녁말을 더불어 쓰게 마련이다. "소나기를 만나다." "풍년을 만나다." "난리를 만나다."처럼 과녁말을 더불어 쓰는 것이다. 그러나 '나타나다'는 과녁말을 더불어 쓰지 않기 때문에 '만나다'는 과녁말 없이도 쓴다. "한국 사람과 미국 사람 이 만나다." "하늘과 땅이 만나다." "친구와 단둘이서 만나다." 같은 쓰임새가 그런 보기다.

그러니까 '만나다'는 임자말이 과녁말을 맞이하여 나타나다' 하는 뜻으로도 쓰고, 임자와 과녁이 따로 없이 서로가 마주 '맞이하여 나타나다' 하는 뜻으로도 쓴다. 임자가 과녁을 겨냥하여 갈라져 있든지, 임자와 과녁이 따로 없이 서로 마주 있든지, 어쨌든 임자와 과녁이 있어야 '만나다'가 움직임으로써의 뜻을 드러내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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