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운, 시인/수필가
“김박사님 이 나무 이름은 무엇인가요?”
“아, 산뽕나무입니다. 지금은 나뭇잎이 하나도 남지 않아서 구별하기가 쉽지 않은데 이 곳은 산똥나무 군락지입니다.”
“그런데 왜 이름이 뽕나무인지 아세요?”
“모르겠는데요. 왜 뽕나무라고 붙였나요?”
“옛날부터 한약재로 또 식용으로 쓰였던 뽕나무의 열매 오디는 그 생김새가 오들토들하게 생겨 처음에는 오들개라고 불리었으나 시대가 지나면서 오디라는 이름으로 불리게 되었습니다. 이 이름의 유래는 어떤 사람이 이 열매를 먹은 후에 방귀가 뽕뽕 나온다 하여 뽕나무라고 불리게 되었다는 말이 있기는 하지만 근거가 희박합니다.” 나중에 집에서 찾아보니 이런 설명도 있었다. 옛 문헌에 해가 뜨는 곳에 있는 신령스러운 나무를 부상(扶桑)이라고 했는데, 부상 → 부앙 → 붕 → 뽕으로 변했을 것이라는 추측도 있다. 비단을 얻는 귀한 나무를 높여 부른 데서 유래한 것으로 왠지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우리는 천년의 섬인 비양도를 탐사하고 있는 중이다. 식물학 박사이신 김선생님, 화산지질학 전박사님, 해양지질학 윤박사님도 함께 동행하고 계시다. 김박사님의 설명이 계속된다.
“옛부터 생활 속에서 가장 중요한 나무를 두 가지만 들라면 뽕나무와 닥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뽕나무를 누에가 먹고 누에고치를 만들고 그 고치에서 비단실을 뽑아 옷을 만들기 때문에 중요했고, 닥나무는 한지를 만들어 기록하고 전했기 때문에 닥나무 또한 중요한 나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산잠과 양잠이 있습니다. 산잠은 토종 누에가 만든 비단실이고, 양잠은 중국에서 가져온 뽕나무에서 얻은 비단실입니다. 산잠 비단은 예부터 양잠에 비해서 10배 정도 비쌌었습니다. 그래서 고관과 부유층밖에 산잠 비단옷을 입을 수 없었습니다.”
또 비양도에서 가장 중요한 식물은 비양나무다. 비양나무는 바닷가 저지대에 드물게 자라는 낙엽 떨기나무이다. 바위모시라는 다른 이름을 갖고 있듯이 모시풀속 식물이다. 줄기는 가늘고 긴 가지가 갈라지며 높이 2m쯤이다. 잎 끝은 꼬리처럼 길며 밑은 둥글다. 비양나무는 우리나라에서 비양도에서만 자생하며, 비양도에서도 그 분포지역이 매우 한정적으로, 제주특별자치도 기념물로 지정돼 보호받고 있다.
비양도는 고려 시대인 1002년 화산 분출로 생겨났다는 설이 있다.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의하면 산이 바다 한가운데에서 솟아 나왔는데 산꼭대기에 네 개의 구멍이 뚫려 붉은 물이 솟다가 닷새만에 그치고, 그 물이 엉키어 모두 기왓돌이 되었다고 적혀 있다. 또 전설에 의하면 중국에서 날아오던 거대한 물체가 물질하던 해녀들의 ‘거기 멈추어라!’라는 외침을 듣고, 그 자리에 멈췄다고 해서 비양(飛揚)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전박사님의 설명에 의하면 비양도는 방사선 조사결과 절대 연령이 2만 6천년에서 4만3천년 사이로 나타나 있고, 이 곳에서 5, 6천년 전의 토기편이 발견되어, 천년이 아닌 훨씬 오래전부터 사람이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고 한다.
비양도는 화산 활동의 보고이고 박물관이라고 할 수 있다. 두 개의 오름을 기반으로 한 다양한 송이류(스코리아), 스패터, 원형에 가까운 고구마형 화산탄 군락이 있다. 또한 화산활동의 절정은 ‘애기 업은 돌(호니토)’이다. 물과 불이 빚여 낸 조각품으로 천연기념물 제439호다. 용암이 물이나 물기를 머금은 퇴적물을 만나게 되면 그 안의 수분이 끓어 밖으로 빠져 나오면서 생기는 굴뚝 모양의 용암석이 호니토다. 국내에서는 이 곳에서만 볼 수 있다. 또한 국내 유일의 섬 염습지인 펄랑못은 또 하나의 습지 보고다. 인근에는 황근, 해녀콩, 갯질경이 등이 군락을 이루고 있다.
천년의 섬에서 만년의 섬으로 새롭게 태어난 비양도야 말로 생물, 지질, 습지, 화산 활동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진 다중 국제보호지역의 전형을 형성하고 있어 보인다. 소중한 비양도를 잘 보호하고 연구 전승하는 일이 이제 우리의 과업이 되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