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춘 올해 업무계획을 내놨다. 하도급·유통 분야 대금을 신속지급하고, 온라인플랫폼의 비용 떠넘기기를 막는 내용이다. 윤석열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로 지난해 강조했던 ‘역동경제’ 관련 언급은 사라졌다.
공정위는 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2025년 업무계획을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올해 업무보고는 민생토론회 형식으로 외부 인사가 다수 참여했던 지난해와 달리 해당 부처 관계자들만 참석하고, 보고 내용도 지난해보다 줄였다. 대신 민생 대책 등 중점 추진 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논의가 이뤄졌다. 앞서 최 권한대행은 “올해 업무보고는 평시와는 그 절박함과 해법, 추진 속도 모든 면에서 완전히 달라야 한다”고 주문한 바 있다. 이날도 최 권한대행은 “비상시국인 만큼 장관들이 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의 올해 업무계획은 소상공인·자영업자 지원에 초점을 맞췄다. 내수 회복세가 더딘 상황에서 12·3 비상계엄 등의 여파로 자영업자 경영난이 가중될 것을 우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 규제나 개입을 최소화하고 민간의 자율성을 극대화한다는 취지로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했던 ‘역동경제’는 전혀 언급되지 않았다.
우선 유통 분야는 적정성 검토를 거쳐 현행 법정 대금 정산주기(직매입은 60일 이내, 특약매입은 40일 이내)를 단축하기로 했다. 특히 온라인 쇼핑업계 대금 지연지급 관행에 대해 시정에 나선다. 하도급대금 지급 관련 종합대책도 상반기 중 추진한다. 갑의 위치를 이용해 과도한 계약 조건을 설정하는 부당특약에 대해서는 제재가 확정되면 효력이 사라지도록 법 개정에 나서고, 하도급대금의 제3자 압류를 제한해 대금수령 권한을 강화한다.
자영업자 경영 개선을 위한 정책도 추진한다. 가맹점주의 창업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 주요 가맹점 정보를 쉽게 볼 수 있는 ‘정보공개서 공시제’를 도입한다. 지난해 일부 프랜차이즈에서 허위·과장 매출로 가맹계약을 유도했다는 의혹이 일자 대응에 나선 것이다. 또 대리점주의 협상력 제고를 위해 단체 구성권을 보장한다.
‘슈퍼 갑’으로 떠오른 온라인 플랫폼에 대한 감시도 강화한다. 공정위는 플랫폼의 프로모션 비용 등 전가 행태에 대해 집중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최근 배달앱 등에서 배달비·쿠폰할인비를 점주들에게 떠넘긴다는 비판이 나온 데 따른 것이다. 배달앱의 최혜대우 요구와 자사우대 행위에 대해서도 상반기 중 시정조치를 내릴 계획이다.
AI 담합 등 신유형 불공정 행위 대응방안도 마련한다. 지난해 쿠팡의 자사상품(PB) 우대 사건처럼 알고리즘 조작을 통해 시장영향력을 확대하는 행위를 방지하겠다는 것이다. 또 AI의 활용도를 과장해 광고하는 ‘AI 워싱’에 대해서도 실태조사에 나선다. 원가절감을 위해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돌리는 ‘생계형 기술탈취’ 유형을 집중 단속해 적발 시 엄단하기로 했다.
조홍선 공정위 부위원장은 “트럼프 정부 출범과 국내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에서 가장 어려운 게 민생 경제 회복 부분”이라며 “유통·하도급 분야 대금 기한 단축 및 온라인플랫폼 불공정 관행 시정은 상반기 중 이뤄질 예정”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