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증 시각장애인인 고3 수험생 A군은 지난 13일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고사장에서 국어 영역 문제지를 받고선 크게 당황했다. 문제지에 ‘(가) (나)’ 등 괄호문자가 표기된 방식이 지난 9월 모의고사 때와 달랐기 때문이다.
A군은 장애 특성상 지문에 메모를 하거나 밑줄을 긋는 게 어렵기 때문에 키보드를 이용해 필요한 부분을 검색하고, 스크린리더기를 통해 해당 부분을 듣고 문제를 풀어왔다. 예를 들어 기존에는 ‘(가)’가 ‘괄호로 감싸진 가’로 표기돼 ‘가’를 검색해 찾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번 수능에선 괄호문자 표기 방식이 ‘㈎ ㈏’ 같은 특수문자 표기로 바뀌면서 키보드 검색 기능이 적용되지 않았다.
17일 취재를 종합하면, 이번 수능에서 시각장애인용 문제지 표기 방식이 수험생에게 사전에 충분히 안내되지 않은 채 변경된 것으로 확인됐다. 장애인 수험생들의 수능 시험 환경 접근성은 여전히 열악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군은 고사장에서야 변경된 표기 방식을 알게 돼 크게 당황했다고 한다. 그는 기자와 통화에서 “바뀐 사실을 모르는 채로 시험장에 들어가서 기존 방식대로 문제를 풀 수도 없었고, 대체할 방법을 찾기까지도 시험 시간을 많이 뺏겼다”며 “특히 이번 국어 시험은 어려운 난이도로 말이 많았는데 (시각장애인은) 난이도 뿐 아니라 시험지 자체의 문제도 신경 써야 하니 계획해 온 배분 전략도 전부 무의미해졌다”고 말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변경 이유는) 시각장애 수험생들의 읽기 청해도를 높일 수 있다는 시각장애인 전문가들의 의견을 반영한 것”이라며 “추후 시각장애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음성 파일 내 표시 문자를 수험생들이 쉽게 찾을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했다.
수능 시행 세부계획 공고문이나 수험생 유의사항 등을 보면 중증 시각장애 수험생에게 점자문제지와 음성평가자료를 제공한다는 내용만 안내돼있을 뿐 스크린리더용 문제지의 문자 표기 방식이 바뀌었다는 내용은 찾아볼 수 없다. A군은 “수험생에게 어떠한 형태의 사전 공지도 없었다”며 “수능을 치는 학생 개개인에게 공지가 어렵다면 적어도 중증 시각장애인이 수능을 치는 맹학교에는 공지를 해줬어야 하지 않나 아쉽다”고 했다.
장애가 있는 수험생은 직접 ‘시험 편의 제공’을 신청해야 한다. 수험생 당사자가 직접 교육청에 편의 제공을 문의·신청하지 않으면 시험장 이용에서 불이익을 받게 될 수도 있다. 홍윤희 사단법인 무의 이사장과 휠체어를 이용하는 그의 자녀도 이번 수능 접수를 앞두고서야 사전에 문의하지 않으면 휠체어 접근이 불가능한 화장실이 있는 고사장에 배치될 수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휠체어 이용 수험생이 편의제공을 신청할 수 있다는 공지도 사전에 이뤄지지 않았다.
홍 이사장은 “(교육 당국이) ‘장애 학생들이 수능을 많이 안 보니까 굳이 안내를 해야 하냐’고 생각하는 건 아닌지 의구심이 든다”며 “고3 장애 수험생이 있는 학교라면 휠체어 접근 가능 화장실에 배치해준다는 점을 미리 알려주고 신청을 받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 이사장 모녀는 이를 계기로 일선 학교별 장애인 편의시설 접근성 정보를 모으는 프로젝트 ‘모모탐사대’를 진행 중이다. 장애 학생이 각종 학교 및 고사장의 편의시설 정보를 손쉽게 알 수 있도록 공공 사이트를 구축한다는 취지다.




 AI 시대를 넘어 100년을 준비하는 교육개혁](https://img.newspim.com/news/2025/11/14/251114152525778_w.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