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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달 4일 대체거래소(ATS) 출범을 앞두고 금융 당국이 외국인과 기관투자가들의 초단타 매매 불공정거래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특히 외국계 증권사들은 최근 넥스트레이드 측에 시장 조성 명목으로 초단타 거래에 대한 수수료 할인을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번 주 중으로 증권사 회원 등록을 마친 뒤 초단타 거래 등록 절차에 들어갈 계획이다.
19일 금융투자 업계에 따르면 금융감독원과 금융위원회, 한국거래소 시장감시위원회는 지난달부터 고빈도알고리즘매매(HFT) 불공정거래 감시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 수정·보완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구체적인 기준은 불공정거래에 악용될 소지가 있어 밝힐 수 없다”면서 “불공정 수법이 나날이 강화되고 있는 만큼 지난달 신설한 기준을 지속적으로 보완해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거래소는 금감원의 형사 고발 혐의, 법원의 판례 수준보다는 기준을 넓게 세운다는 방침이다.
당국이 HFT 불공정거래에 주의를 기울이는 이유는 다음 달 4일 운영에 들어갈 넥스트레이드에 초단타 매매가 몰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ATS가 열리면 한국거래소와 거래 시간, 호가 방식 차이 등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한 종목에 복수의 가격이 형성될 수 있어 짧은 시간 대량 거래가 가능한 HFT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개인투자자에게 불리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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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외국계 증권사, 대형 투자은행(IB)들은 최근 넥스트레이드에 접촉해 일본의 사례를 들며 HFT 거래 수수료 인하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개장 초창기인 만큼 HFT를 통해 거래를 활성화하고 시장을 조성해주겠다는 명목이었다.
다만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특정 거래자에게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는 것은 자본시장법에 저촉돼 넥스트레이드는 이를 거절했다. 그렇지 않아도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보다 20~40% 낮은 체결 수수료를 부과하고 있다.
외국인과 기관은 초단타 매매 시 거래소와 전산 시스템을 직접 연결하는 직접전용주문선(DMA)을 이용한다. DMA는 외국인과 기관들이 인공지능(AI) 알고리즘으로 설계한 주문을 거래소에 곧바로 전송할 수 있는 초고속 매매 시스템으로,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과 홈트레이딩시스템(HTS)보다 속도가 훨씬 빠르다. 2023년 미국계 금융사 시타델증권이 HFT를 통한 시장 질서 교란 혐의로 과징금 118억 원을 처분받은 후 당국은 DMA를 이용하는 거래자에 대해 등록제를 실시, 관리하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이번 주까지 증권사들을 대상으로 회원 등록을 마친 뒤 DMA 거래자 사전 등록에 들어갈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