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탄핵소추안 통과로 윤석열 대통령에 이어 한덕수 국무총리까지 직무집행이 정지된 가운데 윤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개시된 27일 헌법재판소와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선 탄핵 찬성‧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영하의 날씨에 이들은 각자 “윤석열 파면” “탄핵 반대”를 외치며 대치했다.
한 총리 탄핵안 통과에 희비 엇갈려
서울 종로구 안국동 헌법재판소 인근에는 윤 대통령 탄핵심판 첫 준비기일을 앞둔 이날 오후 1시 무렵부터 시민들이 모여들었다. 재판 절차가 시작된 오후 2시, 헌재 건너편 인도엔 경찰 바리케이드를 사이에 두고 왼쪽엔 ‘헌법재판소는 즉각 탄핵안을 인용하라’ ‘내란수괴 윤석열 즉각파면! 구속’이 적힌 피켓을, 오른쪽엔 ‘탄핵반대’라고 적힌 피켓을 든 시민들이 서 있었다. 같은 시각 안국역 5번 출구 앞에선 엄마부대 등 보수단체의 탄핵 반대 집회가 열렸다. 이날 오후 4시 40분쯤 한 총리 탄핵소추안 통과 소식이 알려지자 안국역 근처에 삼삼오오 모여있던 시민들 사이에선 탄식과 환호가 뒤섞이며 엇갈린 반응이 터져나왔다.
헌재 5분 거리인 종로구 송현동 공원에선 오후 7시 촛불행동이 주최하는 탄핵촉구 집회도 열렸다. 주최 측은 영하의 날씨에 집회에 나온 시민들에게 손피켓과 함께 무릎담요와 휴대용 손난로(핫팩)를 나눠줬다. 무릎담요를 뒤집어 쓴 시민들은 ‘탄핵’이라고 쓰인 응원봉과 ‘내란정범 국힘당을 해체하라!’고 쓰인 피켓을 흔들었다. 퇴근 후 대학생인 딸과 함께 집회에 나온 백경선(48)씨는 “한 총리가 윤 대통령과 똑같이 불법적인 일을 저지르는 데 화가 나 불금을 포기하고 왔다”고 했다.
응원봉 촉구 집회 vs 경광봉 든 반대 집회
윤 대통령 관저 인근에서도 탄핵 촉구 집회와 반대 집회가 동시에 열렸다. 퇴진비상행동 등 시민단체는 이날 오후 7시 서울 용산구 한남동 한강진역 2번 출구 앞 도로에서 윤 대통령 규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참석자들은 역 앞 100m 거리 2차선 도로를 가득 메웠다. 형형색색의 응원봉을 손에 든 시민들은 “수사거부 윤석열을 즉각 체포하라” 등 구호를 외쳤고, 뒤이어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 god의 ‘촛불하나’ 등 노래를 ‘떼창’ 했다.
집회에 나온 대학생 정민철(25) 씨는 헌법재판관 임명을 거부한 한 총리에 대해 “내란범 윤석열이 임명한 총리가 윤석열 지키기를 했다”며 “내란과 관련된 자들은 모두 탄핵 돼야 그 다음부터 정상화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한빛(27)씨는 한 총리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통과된 것과 관련해 “윤 대통령을 지지했지만 상식 밖의 일을 벌이고 있어 가만히 있을 수 없었다”며 “윤 대통령이 잘만 했어도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라고 했다.
같은 시각 도보 5분 거리(약 300m) 떨어진 한남동 루터교회 앞 도로에선 신자유연대 등 주최로 탄핵반대 맞불집회가 진행됐다. 이 집회에는 경찰 비공식 추산 1000여명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붉은 빛을 내는 경광봉을 흔들면서 “탄핵 무효” “이재명 구속”을 연호했다. 전재일(72)씨는 “부정선거를 바로잡기 위한 투쟁을 하고 있다”며 “계엄령은 대통령 권리로서 정당한 것”이라고 말했다. 전남 순천에서부터 3시간 넘게 자가용은 운전하고 왔다는 김모(74)씨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 이 정도는 해야 하지 않겠나. 감기도 무섭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