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헌법재판소는 지난 10월 23일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사전투표 조항에 대해 재판관 9명 전원일치 의견으로 합헌 결정했다. 헌재는 “투표 방법의 편리성과 접근성을 높여 그 자체로 선거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용이하게 하는 측면이 있다”는 설명을 냈다. 그동안 일부에서 부정선거 의혹을 줄기차게 제기해온 사전투표 제도는 현행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재의 첫 판단이다.
헌재 전원일치로 합헌 결정 내려
편의성 높아 투표율도 상승 견인
참정권 보장·확대 방안 모색하길

사전투표 제도는 선거 당일 투표가 어려운 유권자가 본선거일 5일 또는 4일 전에 당국에 사전 신고 없이도 전국 어디에서나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한 제도다. 여야 합의로 2012년 2월 국회를 통과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에 명시됐다. 그해에 처음 도입해 2013년 두 차례 보궐선거에서 시범 시행했고, 2014년 6월 지방선거부터 전면적으로 시행해오고 있다.
사전투표 도입 이후 사전 투표율 비중은 지속해서 상승하고 있다. 2014년 지방선거 당시 11.5%였던 사전 투표율은 2022년 3월에 실시된 20대 대통령 선거에서 역대 최고인 36.9%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 실시한 21대 대통령 선거에서도 34.7%나 될 정도로 높아졌다. 21대 대선 전체 투표율이 79.4%였으니 이를 고려하면 투표자 10명 중 4명 이상이 사전투표로 투표한 셈이다.
이처럼 사전투표에 참여한 유권자가 지속해서 증가한 이유는 무엇보다 투표의 편리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과거 부재자투표는 유권자가 사전에 부재자신고를 먼저 하고 부재자용 투표용지를 등기우편으로 받아 투표해야 했다. 그만큼 절차가 매우 번거로웠다. 반면 2012년에 도입된 사전투표는 사전 부재자신고 없이 읍·면·동에 설치된 투표소를 찾아가 간단한 신분 확인 절차만 거치면 누구나 투표할 수 있도록 허용했다. 투표의 편리성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그 결과 사전투표 도입 이후 전반적인 투표율도 상승 추세에 있다. 실례로 국회의원 선거의 경우 2012년 19대 총선 당시 54.2%까지 떨어졌던 투표율은 2016년 20대 총선 때는 58.0%, 2020년 21대 총선 때 66.2%, 2024년 22대 총선 때는 67.0%를 기록했다. 지속해서 상승하는 추세다. 물론 이러한 투표율 상승이 사전투표 도입 때문만은 아니겠지만, 사전투표가 투표의 시간·공간적 한계를 극복하고 투표의 편의성을 높임으로써 1987년 민주화 이후 지속하던 투표율 하락을 막았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이러한 기여에도 일부 부정선거론자들은 사전투표가 투표용지 교부 과정과 관외 투표지 운송 과정에 부정이 개입할 여지가 있다고 주장하며 사전투표 폐지를 요구해 왔다. 일부에서는 사전투표 이후에 후보자가 사퇴하는 등 돌발변수가 발생할 경우 유권자의 의사 반영이 불가하다는 점을 들어 사전투표가 사전투표자의 선거권과 평등권을 침해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번에 헌법소원을 제기한 이호선 국민대 법대 교수와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교수 모임’도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시차로 인해 유권자들이 균등하지 않은 정보를 바탕으로 투표하기 때문에 평등선거 원칙을 위반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헌재는 사전투표자가 본투표자보다 후보자에 관한 정보를 취득하거나 선택을 숙고할 수 있는 기간이 더 짧을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하지만 그 정도가 선거인의 올바른 의사를 선거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정도에 이른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해 헌법소원을 기각했다. 헌재는 전산 조작이나 해킹을 통한 부정선거 가능성에 대해서 “근거를 찾아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 몇 년간 부정선거론자들은 선거 때마다 사전투표와 본투표의 양상이 다르다는 점을 근거로 사전투표에 전산 조작이나 해킹을 통한 선거 부정이 있었다고 주장해 왔는데 이러한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헌재의 이번 판결은 사전투표가 관리 측면에서 일부 문제가 있을 수 있지만, 투표의 편리성과 접근성을 높임으로써 투표율 제고에 기여한다는 점을 공식 인정한 판결이어서 의의가 있다. 이번 판결을 계기로 한국사회가 더 이상 소모적인 사전투표 부정선거 논란을 멈추고 민주주의의 핵심 가치인 참정권 보장과 확대를 위해 더욱 효과적인 방안을 모색하길 기대한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김범수 한국정치학회 회장·서울대 자유전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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