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미혼 남녀 10명 중 6명은 결혼에 긍정적이지만, 대부분 시기를 미루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결혼·육아비용 부담, 일·가정 양립 등이 걸림돌이어서다. 이들이 꼽은 가장 실효성 있는 저출생 대책은 결혼ㆍ출산 가구에 대한 각종 세제 혜택, 부모급여ㆍ육아휴직급여 등 현금성 지원 확대였다.
23일 본지가 입수한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의 ‘결혼ㆍ출산ㆍ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에 대한 인식조사’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미혼자의 60.9%는 현재 결혼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혼ㆍ사별을 포함하면 전체 응답자의 61.7%가 결혼 생각이 있었다. 다만 ‘언젠가는 하고 싶다’(48.3%)는 응답이 ‘지금 하고 싶다(13.4%)’보다 많았다.
결혼을 미루게 되는 가장 큰 요인은 결국 돈이다. 결혼 의향이 있으나 현재 미혼인 이유 1위로는 ‘결혼에 필요한 자금을 더 모아야 해서(76.7%)’가 꼽혔다. 이어 ‘적당한 상대를 아직 만나지 못해서(73.8%)’, ‘결혼 후 일상생활이나 역할의 변화에 대한 불안감 때문(52.1%)’ 등이 뒤를 이었다.
경제력이 뒷받침되는 경우엔 결혼을 서두르고 싶어했다. 경제 활동이 왕성한 편인 40대 남성(20.8%)이나 월평균 가구소득 900만원 이상(20.9%)인 경우 결혼을 ‘지금 하고 싶다’는 응답이 비교적 높았다.
어떤 조건이 더해지면 결혼하겠느냐고도 물어봤다. ‘정말 좋은 사람을 만난다면’이 88.3%로 가장 높았다. 이어 ‘결혼 후에도 일에 열중할 수 있다면’(75.3%), ‘결혼 후 결혼 전보다 제도적 혜택이 많다면’(73.7%)을 꼽은 경우도 많았다. 결혼 및 출산율 제고를 위해 일·가정 양립 지원과 결혼·육아를 위한 세제 혜택 등을 늘려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배경이다.
실제 결혼ㆍ출산ㆍ양육 지원 분야에서 가장 시급히 강화ㆍ확대되어야 하는 과제로도 관련 비용 지원을 꼽은 응답자가 많았다. ‘결혼ㆍ출산 가구에 대한 세금 혜택(52.2%)’, ‘부모급여, 아동수당 등 현금성 지원(49.9%)’이 나란히 1ㆍ2위를 차지했다. 일ㆍ가정 양립을 위해선 현재 월 최대 250만원인 육아휴직급여 상한액을 추가 인상해야 한다(53.5%)는 의견이 우세했다. 이어 유연근무 사용 활성화(50.6%), 최대 1년6개월까지 가능한 육아휴직 기간 확대(40.2%) 순이었다. 주거 지원 분야와 관련해선 주택구입ㆍ전세자금 마련을 위한 가구 소득기준 추가 완화(45.1%)가 필요하다는 응답이 많았다.
유혜미 한양대 경제금융학부 교수(전 대통령실 저출생대응수석)는 “일ㆍ가정 양립, 육아 부담 완화, 주거 지원 등을 위한 좋은 제도들이 많이 마련돼 있지만,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ㆍ자영업 종사자들에게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라는 게 문제”라며 “이미 있는 제도조차 활용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골고루 혜택이 돌아가도록, 이제는 결혼ㆍ출산ㆍ육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기업 문화를 바꾸는 데 좀 더 초점을 맞춰야 할 때”라고 말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3월28일~4월9일 전국의 만 25세 이상 49세 이하 성인 남녀 2650명(미혼 1329명, 이혼ㆍ사별 104명)을 대상으로 이뤄졌다. 전체 응답자의 70.9%는 자녀를 원한다고 했다. 하지만 현재 자녀가 없는 응답자 중 ‘낳을 생각이 있다’고 답한 비율은 39.7%에 불과했다. 자녀 출산 계획이 없거나 미정(48.4%)인 이유로는 ‘임신ㆍ출산ㆍ양육이 막연히 어려울 것 같아서’(57.2%), ‘아이가 행복하게 안전하게 살기 힘든 사회여서’(36.0%) 등이 꼽혔다. 이미 자녀가 있는 경우에도 더 낳지는 않을 생각이라는 응답이 67.1%에 달했다. 추가 출산의 가장 큰 장애물은 ‘자녀 양육 비용 부담’(51.3%)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