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대문시장 90대 노점상
“올핸 정치가 안정됐으면…”
서울 명소 관광버스 기사
“계엄 후 관광객 줄어 걱정”
프랜차이즈 카페 30대 점장
“더 넓은 집 이사하고 싶어”
“빨간날엔 일찍부터 나올 수 있으니까, 설 연휴 내내 나왔죠.”
설 연휴 마지막 날인 30일, 서울 중구 남대문시장에서 의류 노점상을 하는 장순자씨(67)는 이같이 말했다.
남대문시장 내 노점상들은 평일 오후 5시(혹한기는 오후 4시)부터 이곳에서 장사할 수 있지만 일요일 같은 ‘빨간날’은 아침부터 영업할 수 있다. 그들에게 설 연휴는 쉬는 날이 아니라, ‘일찍 나와 더 많은 손님을 만날 수 있는 날’이다.
민족 대명절인 설에도 일터를 지키고, 일감을 붙드는 사람들이 세상에 가득하다. ‘설이 대목이어서’ ‘근무를 바꿀 수 없어서’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서’… 연휴를 누리지 않은 이유는 다양했지만, 이들이 2025년 새해를 맞아 품은 희망과 꿈은 다르지 않았다.
땅콩·고춧가루 등을 파는 김복임씨(92)도 연휴 내내 쉬지 않고 시장에 나왔다. 남대문시장에서 장사한 지 70년이 됐다는 그는 “올해는 정치가 시끄럽지 않았으면 좋겠다”며 “나는 다 살았지만, 젊은 사람들을 위해 세상이 더 나아져야 하지 않겠나”라고 했다.
관광버스 기사 진정현씨(55)는 서울 중구 숭례문이 보이는 도로변에서 명동을 관광하러 간 대만인 여행객들을 기다리고 있었다. 진씨는 임시공휴일로 지정된 27일부터 31일까지 대만인 관광객들의 여정을 책임지고 있다. 그는 지난해 12월27일부터 이달 10일까지 세 건의 관광 예약이 취소돼 보름 가까이 쉬었다.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 등 잇따른 항공 사고가 저비용항공사(LCC)를 이용하는 관광상품·관광객 감소로 이어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다. 그는 “계엄 이후로 일정이 50% 이상 취소됐다”면서 “올해는 외국인들이 한국에 더 많이 놀러 왔으면 좋겠다”고 새해 소원을 말했다.
서울 마포구 한 아파트에서 경비원으로 일하는 현봉익씨(75)는 이날 오전 6시부터 일을 시작했다. 경비원에게 명절 근무는 특히 녹록지 않다. 현씨는 “명절엔 비는 집이 많아 경비를 더 엄하게 서야 한다”면서 “저도 건강하고, 지도자들이 잘해서 나라도 안정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 마포구의 한 프랜차이즈 카페 점장 오모씨(31)는 “연휴인데 하루도 못 쉬었다”고 하소연했다. 전북 남원의 부모님에게는 전화로만 안부를 전했다. 그는 “반려동물을 위해 더 넓은 집으로 이사를 하고 싶다”는 새해 소망을 밝혔다.
서울 마포구 편의점에서 일하는 윤일식씨(23)는 제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짧은 머리로 손님을 맞았다. 그는 ‘학비’를 벌기 위해 명절에도 쉬지 않고 편의점 아르바이트와 백화점 단기 경호 일을 병행했다.
택시기사 손금용씨(71)는 ‘택시 호출 애플리케이션(앱)’을 쓰지 않고, 길에서 만난 손님들만 태운다. 스마트폰 대신 인도 쪽을 바라보며 손님을 찾고, 손님을 찾아 인도 쪽에 붙어 운전하는 습관이 붙었다. “귀성 때문인지 손님이 뜸해 손주 보러 집에 들어가야겠다”며 웃음을 보인 그는 “새해 소망은 큰 거 없고 두 딸 등 가족이 모두 건강하고 안녕하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