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대 한국의 탄생 대한제국
서영희 지음
사회평론아카데미
무심히 넘기기 쉽지만 '도발적인' 제목의 책이다. 대한제국은 "박물관 속으로 들어가 버린 잊혀진 역사"가 아니라 "마지막 왕조의 유산이면서 동시에 근대 한국의 기원"이라는 것이다.
제목이 그렇다고, 책이 대한제국 찬양 일색인 건 아니다. 당장 '망국책임론', 일제에 나라를 빼앗긴 무능한 군주를 떠올리는 사람이 적지 않을 거다. 대한제국을 "이행기의 국가"라고 했다. 독립 주권국들 사이의 국제 질서를 강조한 만국공법 시대에 맞춰 주권국가, 근대적 국민 형성을 도모했으나 미흡했다고 평가했다.

책 전체가 그런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1899년 반포한 '대한국국제(大韓國國制)'가 앞자리에 올 수 있는 항목이다. 선언적으로라도 주권재민이나 삼권분립을 언급하지는 않았지만 일종의 헌법이었다. 황제의 권력을 전래의 것으로 치부하지 않고 법적인 토대를 마련한 것이다. 근대적 요소다.
제국 선포(1897년) 후 2년이나 지났는데도 수교국으로 인정하지 않는 청을 설득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분주했다. 오늘날 대한민국의 '대한'도 대한제국에서 왔으니 제국의 유산을 무시하긴 어렵다.
딱딱하기보다는 술술 읽히는 교양서다. 내용이 시시콜콜하고 사진이 많아서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