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유럽 최초·유일 주스웨덴 한국문화원, 한국 문화 전파의 최전선

2025-10-09

[인터뷰] 3년 간 주스웨덴 한국문화원 이끌어온 이경재 원장

"서로 다르지만, 서로 배울 지점이 많은 두 나라 한국과 스웨덴"

[미디어펜=이석원 문화미디어 전문기자] “서로 많이 다르지만 그렇기 때문에 서로를 더욱 궁금해 하고 서로를 통해 배울 수 있는 지점이 많은 두 나라, 그것이 스웨덴과 한국이 아닐까요?”

약 8000km 떨어진, 예전 같으면 '지구 반대편'이라는 진부한 수식어로 표현되던 나라 스웨덴. 사실 알게 모르게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것들 중 스웨덴과 연결되는 것이 적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웨덴은 아직 한국에게는 다소 낯선 것도 사실이다. 그건 스웨덴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한국은 매우 멀고, 매우 낯선 나라다.

기자가 처음 스웨덴을 갔던 2005년 그들에게 한국은 익숙하지 않은 나라였다. 이미 한국은 올림픽과 월드컵이라는 세계 최대, 최고의 빅이벤트를 모두 치렀지만, 그럼에도 스웨덴 사람들에게 한국은 '전쟁'과 입양아'라는 단어가 가장 익숙한 나라였다.

그런데 불과 20여 년의 시간동안 한국과 스웨덴은 놀라울만큼 가까운 나라가 됐다. 물리적인 거리는 어쩔 수가 없지만, 그 물리적 거리를 상쇄하는 수 많은 것들이 한국과 스웨덴 사이에는 생겨난 것이다. 그리고 그 가장 중심에 있는 게 문화다.

2023년 우리 외교부 통계에 따르면, 현재 스웨덴에 거주 중인 재외동포는 1만 3000명에 육박한다. EU 국가 중 독일과 영국, 프랑스에 이어 네 번째로 많은 숫자다. 어쩌면 빠른 시간에 한국과 스웨덴이 가까운 나라가 된 것은 DNA의 문제라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도 더 현실적이고 실질적인 것은, 최근 몇 년 동안 엄청난 문화 교류가 이뤄졌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케이팝으로 대변되는 케이컬쳐의 확산은 스웨덴 사람들이 한국을 좀 더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해준 이유였다. 그리고 바로 그 문화 교류의 최전선에 있던 게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이었다는 점은 명약관화다.

지난 2023년 5월 스웨덴 수도 스톡홀름의 중심부인 쿵스홀멘(Kungsholmen)에 문을 연 한국문화원은 북유럽에서는 최초로 생긴 것이고, 현재까지 북유럽에서는 유일하다. 그리고 그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의 문을 연 사람이 이경재 원장이다.

이제 겨우 3년의 역사, 겨우 걸음마를 떼고 아장아장 걷는 수준의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을 3년 간 이끌어온 이경재 원장은 그 엄청난 임무를 마치고 귀임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 이경재 원장이 3년 간 해온 일들을 직접 들었다. (이 인터뷰는 이메일을 통해 이뤄졌다.)

△ 이경재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장과의 일문일답

Q. 주스웨덴한국문화원은 2023년 5월 '북유럽 최초의 한국문화원'이라는 타이틀로 문을 열었다. 개원 3년 차를 맞아 가장 먼저 떠오르는 소회는?

A. 한마디로 얘기하면 “지난 3년 동안 참 많은 발전이 있었다”이다. (웃음) 처음 부임했을 때 리모델링 공사가 한창이었는데, 개원 전까지 공사를 마치고 문화원 구석구석을 직원들과 함께 꾸미고 채워나갔던 기억이 난다. 개원 첫 해에는 행사 하나하나를 기획하면서, 이런 행사를 스웨덴 사람들이 좋아해줄까, 관객들이 얼마나 올까 하면서 많은 고민과 걱정을 했었다.

특히 작년 한강 작가가 대한민국 최초로 노벨문학상을 수상했을 때, 스웨덴 한림원(Svenska Akademien)의 발표에 직원들과 함께 환호성을 지르다가, 몇 분 후 쏟아지는 문의 전화에 어안이 벙벙했던 기억도 생생하다. 부족함이 많았는데, 개원 후 지금까지 문화원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같이 애써준 직원들에게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Q. 개원 초기 세웠던 목표 중 가장 성공적으로 이뤄낸 부분과 가장 아쉽게 생각하는 것은 무엇인가?

A. 개원 초기 가장 큰 목표는 스웨덴 사람들과 스웨덴 내 문화예술 관련 기관들에게 한국 문화 교류의 중심 플랫폼으로서 문화원의 존재를 알리는 것이었는데, 문화 행사에 참여해준 관객의 수나 같이 협업을 진행한 현지 기관들의 증가세를 고려해 보면 괄목한 만한 성과를 이루었다고 생각한다. 다만, 아직은 관심층의 대부분이 한국에 대해 관심이 높은 스톡홀름 거주민들로 국한되어 있어, 이를 스웨덴 전역으로 확산하고 관심층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큰 숙제라고 생각한다.

Q. 지난 3년 간 가장 큰 호응을 얻은 프로그램은 어떤 것이 있는가? 또 예상과는 다르게 큰 호응을 얻었던 프로그램이 있는가?

A. 문화원의 대표 프로그램인 한국문화축제와 케이팝 노르딕 페스티벌을 뽑을 수 있다. 북유럽에서는 유일한 문화원이다보니 타 북유럽 국가에서는 접하기 어려운 대규모 행사에 특히 관심이 높고, 스웨덴 뿐 아니라 노르웨이, 핀란드, 덴마크 등에서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었다. 특히 유일한 북유럽 통합 행사인 케이팝 노르딕 페스티벌의 경우, 타 국가에서도 많은 케이팝 팬들이 자비를 들여 행사에 참여해 주었고, 지금은 명실공히 북유럽 최고의 권위있는 행사로 자리잡았다.

예상과는 다르게 큰 호응을 얻었던 프로그램은 국악 공연이었다. 작년에는 김덕수와 앙상블 시나위 초청 공연을 했었고, 올해에는 대전연정시립국악원 초청 국악 오케스트라 공연을 했었는데, 스웨덴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악기와 음악이었지만, 생황 연주에 눈물을 흘렸다는 관객, 처음 보는 악기들이 연주하는 아바(ABBA)의 노래가 매우 감동적이고 놀라웠다는 관객 등 우리 전통악기만의 매력과 서양 악기와의 신선한 조화와 시너지에 대한 반응이 뜨거웠다.

Q. 전 세계에 35개의 재외 한국문화원이 운영되고 있다. 그 중 유럽에 11개가 있다. 주스웨덴 한국문화원 만이 가지고 있는 또는 앞으로 가질 수 있는 특징이 있는가?

A. 주스웨덴 한국문화원은 북유럽 유일의 한국문화원으로서 스웨덴 뿐 아니라 북유럽 전역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교두보의 역할을 하고 싶다. 케이팝 노르딕 페스티벌과 같은 북유럽 통합 행사 뿐 아니라, 북유럽을 순회하는 기획 전시나 공연 등을 기획해봐도 좋을 것 같다.

또한, 한국과 스웨덴은 소비측면에서의 단순한 문화 교류를 넘어 문화 콘텐츠 제작 및 문화산업 진흥 측면에서도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며, 한국문화원이 이러한 문화산업 협력에도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에도 스웨덴 작곡가들과 음악 프로듀서들이 케이팝 시장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향후에는 음악 분야 뿐 아니라 게임, 디자인, 문학 등의 분야에서도 다양한 형태의 협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Q. 현재 스웨덴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스웨덴 사람들의 인식은 어느 수준이라고 생각하는가?

A. 스웨덴의 경우 타 유럽 국가들에 비하면 한국 문화의 인기가 조금 늦게 시작되었지만, 인지도와 인기가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는 케이팝, 케이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시작된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이 한국 문학, 전통예술, 현대예술 등으로 확장되고 있으며, 이러한 관심이 한국어 학습, 관광, 한국으로의 유학 및 취업 등 매우 적극적인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작년 한강 작가의 노벨문학상 수상으로 한국 문학에 대한 관심이 크게 증가하였으며, 문학을 통해 한국의 사회, 역사, 정서 등에 대한 보다 심도있게 이해하고자 하는 경향이 있다.

Q. 현지에서 한국 문화를 소개할 때 특별히 신경 쓰는 점이 있는가?

A. 스웨덴은 새로운 문화에 대한 호기심과 이에 대한 포용성도 큰 나라이지만, 동시에 익숙한 것을 선호하고,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겸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나라이다. 따라서, 우리 문화를 소개할 때 우리 문화의 우수함을 일방적으로 홍보하기보다는 스웨덴 문화와의 접점을 통해 쌍방향 교류와 소통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또한, 지적 호기심이 높은 스웨덴 사람들의 특성을 고려해 표면적으로 보이는 것 뿐 아니라 그에 따르는 의미, 역사 등을 깊이 있게 소개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한국 음식을 소개할 때 음식을 만드는 법이나 맛 뿐만 아니라 한국의 지리적, 역사적 맥락에서 음식이나 재료가 가지는 의미, 역사 등을 함께 소개하는 방식이다.

Q. 스웨덴 문화와 한국 문화가 만나는 교차 지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문화의 가치를 높게 평가하고, 문화 콘텐츠를 통해 세계와 소통하며, 글로벌 무대에서 문화적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스웨덴은 인구가 많지 않은 나라이지만, 스포티파이, 아바(ABBA), 마인크래프트 등 음악, 게임, 디자인 등에서 강력한 소프트 파워를 가진 나라이며, 한국은 케이팝, 케이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전 세계적으로 큰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또 한국과 스웨덴은 문화적 배경은 다르지만, 환경, 삶의 질, 사회적 책임, 디자인과 교육의 가치 등 공통적인 과제에 대해 깊이 성찰하며, 이를 문화에 반영한다는 점에서도 서로에게 영감을 줄 수 있는 교차 지점을 갖고 있다고 생각한다.

Q. 북유럽 최초이고 현재까지 유일한 한국문화원을 3년 간 이끌어 왔다. 이 3년의 경험이 앞으로 원장 개인적으로는 어떤 의미가 될까?

A. 한국문화원장을 하면서 왜 한국 문화가 이렇게 전 세계적으로 인기가 많은 지에 대해 많은 질문을 받았는데, 그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우리의 역사와 문화를 더욱 깊이 이해하고 사랑하게 되었고, 이러한 마음들이 앞으로의 공직 생활을 이끌어가는 원동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리고 전 세계 사람들이 한국을 바라보고 있다는 것을 실감했기 때문에 좀 더 글로벌 스탠다드에 부합하는 정책을 고민하고 구상하게 될 것 같다. 너무나도 소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드린다.

Q. 스웨덴, 그리고 스웨덴 속 한국을 총평한다면?

A. 스웨덴은 풍부하고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잘 갖춰진 사회복지 시스템, 일과 삶의 균형 등 평화로움과 여유가 일상 속에 자리 잡고 있는 나라이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성장 동력과 혁신을 추구하기도 하는 나라다. 스웨덴 내 한국인 커뮤니티는 크지 않지만, 한국 문화의 영향으로 한국의 존재감은 계속 커지고 있고, 한국의 많은 부분에 대해 긍정적인 관심이 급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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