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롱이 안녕"… 대기업 '인증 중고차', 온라인 구매 키웠다

2024-11-21

온라인 비대면 중고차 구매 수요 지속 확대

현대차·기아·KGM 등 제조사 인증 중고차로 신뢰도 ↑

시장 확대에 치열해진 경쟁… 케이카·엔카 경쟁에 롯데렌탈도 참전

영화 '범죄도시' 내 침수차를 강매하는 중고차 딜러 '초롱이'로 대변되던 중고차 구매에 대한 불신이 점점 옅어지는 추세다. 직접 차를 보러 가지 않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쿨하게' 중고차를 구매하는 소비자가 매년 늘고 있어서다.

현대차·기아· KG모빌리티 등 완성차 제조사들이 인증 중고차 사업에 뛰어들면서 시장이 커지고, 이에 따라 기존 업체들에 대한 인식 변화까지 이뤄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업체들의 환불제 등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작업도 함께 이뤄지고 있어 시장 규모가 커짐에 따라 중고차 업체들간 경쟁도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온라인 중고차 플랫폼 업체들의 온라인 비대면 판매량이 급격히 늘고 있다. 케이카는 2015년 온라인 직접 구매 서비스인 '홈서비스'를 론칭한 이래 2016년 온라인 판매 비중 9.6% 수준에서 2020년 35.7%, 2022년 49%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9년 만에 처음으로 온라인 구매 고객 비중이 과반을 넘어선 56.7%를 기록했다. 누적 이용자는 지난달 기준 79만 명 수준으로, 올해 판매 비중이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케이카, 엔카닷컴 등 두 업체는 중고차 시장에서 '온라인 판매'에 특화된 전통 강자로 꼽힌다. 앱(app)을 통해 구매하는 온라인 비대면 서비스의 선두주자로, 소비자와 딜러사를 연결해주는 매개 역할을 하는 타 브랜드들과 달리 직접 중고차를 매입해 검수 후 직영으로 판매한다는 특징을 갖고 있다.

중고차 온라인 판매 확대가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간 '중고차는 센터에 방문해 직접 눈으로 보고 사야한다'는 짙은 통념이 깔려있었기 때문이다. 침수차, 사고차 등의 이력을 공개하지 않고 판매했던 사례가 발견되면서 오프라인 방문이 필수적으로 여겨졌지만, 최근엔 중고차 판매 업체를 신뢰하고 직접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어났다는 의미다.

중고차 업계는 온라인 판매 확대의 주요 원인으로 '대기업 진입'을 꼽는다. 현대차는 지난해 10월 '현대인증중고차' 서비스를 출범했고, 기아는 11월 '기아인증중고차' 서비스를, KG모빌리티는 올해 5월부터 인증중고차 서비스 시작했다. 2022년 중소벤처기업부가 '생계형 적합업종'에서 중고차 판매업을 제외하면서 완성차 업체의 진출이 본격화된 것이다.

특히 제조사 인증중고차가 '온라인 중심'으로 운영되면서 직접 차를 눈으로 보지 않아도 구매할 수 있다는 인식 확대하는데 힘을 실었다. 현대차, 기아는 인증중고차 앱을 중심으로 운영하고, 차량 엔진 소리와 시트 상태, 냄새 수치 등 온라인에 최적화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KG모빌리티도 인증 중고차 공식 홈페이지를 운영한다.

인증중고차와 기존 중고차 업체 간 가격 차이는 기존 업체들의 판매를 부추기는 요소로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제조사 인증 중고차의 경우 잔존가치를 높이는 것이 목적인 만큼 직접 검수를 한 후 보증해 판매하고, 이에 따라 시중 중고차 대비 가격이 높게 책정된다. 제조사의 보증을 원하는 소비자는 인증 중고차를 구매하지만, 중고차 특성상 더 낮은 가격을 선호하는 소비자들의 수요가 많은 만큼 기존 업체들이 기회를 얻게되는 셈이다.

한 중고차 업체 관계자는 "대기업 진입 초반에는 인증 중고차가 기존 업체들을 잡아먹을 수 있다는 우려가 많았지만, 가격이 소비자들의 기대보다 높게 책정되면서 더 낮은 가격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진입이 늘어났을 것"이라며 "제조사 자체 인증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분명히 있기 때문에 인증중고차 사업의 효과도 있을 것이고, 시장 전체 파이를 늘려준 덕에 기존 업체들도 함께 이익을 얻을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환불 정책 등 신뢰를 얻기 위한 각 중고차 업체들의 시도들도 인식 변화를 이뤄내는 데 힘을 보탰다. 업계 1위인 케이카는 중고차 시장 최초로 환불제를 도입했고, 현재 인수일 기준 3일 이내 요청할 경우 전액 환불해주는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엔카닷컴 역시 구매 7일 이내 요청시 전액 환불해주는 '엔카믿고'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차량을 매입해 직영으로 판매하는 만큼 업체가 차량 상태를 직접 보증한다는 점도 신뢰감을 키우는 요소다. 엔카닷컴은 '엔카 진단+' 서비스를 통해 사고 이력, 차량 관리 상태 등 정보를 공개하고, 케이카 역시 과거 이력과 성능 상태 등 자체 진단 결과를 명시하고 있다.

중고차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고, 특히 온라인으로 구매하는 수요가 늘면서 '온라인 중고차' 시장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기존 케이카, 엔카닷컴, KB차차차, 헤이딜러 등이 경쟁하던 시장에 최근 롯데렌탈이 참전을 예고하면서다. 롯데렌탈은 장기렌트 사업에서 발생하는 매물을 우선으로 취급해 상품성을 갖춘 중고차를 자체적으로 조달할 수 있다는 강점을 갖고 있다. 올해 4분기 내 온라인 플랫폼을 출범하고, 온라인 구매를 중심으로 중고차를 판매하겠다는 계획이다.

롯데렌탈 관계자는 "장기렌트는 사고, 점검 시 협력업체 공업사를 통해야하고, 이 때문에 이력 관리가 철저하게 돼있다"며 "오프라인으로도 볼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지만, 온라인을 중심으로 판매할 예정이다. 4분기 내 출시를 예정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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