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 절정기 방산업계에 공정위 칼날···'납기 리스크' 부상

2025-12-10

국내 주요 방산 4사가 '하도급 갑질' 의혹으로 공정거래위원회 조사 대상에 올랐다. K-방산의 위상이 높아지고 국가 전략 산업으로 격상된 가운데, 정부가 건전한 산업 생태계 조성을 위해 선제적 점검에 나섰지만 수출에 불똥이 튈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Quick Point!

국내 방산 4사, 하도급 갑질 의혹으로 공정위 조사

정부, 방산 산업 생태계 건전성 확보 위해 선제 점검

K-방산 수출 호황 속 산업 신뢰도와 공급망 안정성 주목

10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에 이어 현대로템, LIG넥스원도 공정위의 현장 조사를 받았다. 공정위는 방산 4사가 협력사와 거래하는 과정에서 하도급거래 공정화법을 위반했는지 살펴보고 있으며, 핵심 조사 대상은 ▲기술 유용 ▲대금 지급 지연 ▲단가 인하 등이다. 기술자료를 요구해놓고 정당한 대가 없이 활용했는지, 이미 체결된 금액을 일방적으로 낮췄는지 등이 점검 대상에 포함된다.

방산 산업은 구조적 특성상 다수의 협력업체와 분업으로 이뤄진다. 국산화 요구와 엄격한 품질 기준, 복잡한 무기체계 통합 특성상 단일 업체가 모든 기술을 보유하기 어려워, 방산 4사조차 서로가 고객이자 공급자로 얽혀 있다.

예컨대 현대로템의 K2 전차에는 한화에어로의 엔진과 LIG넥스원의 사격통제·레이더경보장치가 탑재된다. KAI의 FA-50 경공격기에도 한화에어로의 감속기, LIG넥스원의 전자전장비·무장통제시스템이 들어간다. K9 자주포에는 LIG넥스원의 전자 장비가 포함되는 등 대다수 무기체계가 상호 협력 없이 제작될 수 없다.

올해 방산 4사의 합산 영업이익은 4조원 돌파가 예상되며, 수주 잔고는 100조원에 달한다. 유럽·중동 중심의 수출 호황이 이어지면서 향후 수요도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이번 조사는 단순한 위법 여부를 넘어 방산 생태계의 질적 개선을 겨냥한 조치로 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10월 방위산업 전략회의에서 "방산업계의 불공정 행위를 엄단하겠다"고 언급하며 대기업의 지위 남용을 경고한 바 있다.

방산 수출을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밀어올리는 만큼, 협력 과정에서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는 곧 '공급망 안정성'으로 직결된다. 협력사와의 갈등으로 조달 지연이 발생할 경우 생산 차질과 납기 지연으로 이어지고, 기술투자 환경이 흔들리면 품질 경쟁력도 취약해진다.

해외에서는 무기체계 성능뿐 아니라 지배구조·윤리성·협력망 안정성도 주요 평가 지표다. 국가 이미지가 걸린 산업이기 때문이다.

이 대통령은 "대기업이 원가 후려치기 등 지위를 남용하면 치명적 불이익을 줄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 강화 의지를 강조했다.

실제 방산 생태계 전체의 불균형에 대한 문제의식도 깊다. 지난 5년간 주요 방산기업 15곳의 영업이익은 2조3000억원에 달하지만, 협력업체 69곳의 영업이익은 1458억 원에 그쳤다.

영업이익률도 대기업은 2020년 3.5%에서 올해 12.4%로 뛰었지만, 협력사는 4.4%에서 6.1% 수준에 머물렀다. 대기업 중심의 성장 속에서 협력업체의 체력은 상대적으로 정체돼 있다는 지적이다.

단기적으로는 공정위 조사 결과가 수출 일정 등 일부 사업에 간접적으로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으나, 중장기적으로는 산업의 투명성과 신뢰도를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란 기대도 크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특정 혐의를 겨냥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방산 생태계 전반을 점검하겠다는 기조에 따라 사전 공지 후 진행된 것"이라며 "산업 전반의 체질 개선을 위한 절차로 보는 게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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