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턴으로 지낸지 벌써 3개월이 지나고 4번째 과를 만나기를 앞두고 있다. 국시를 마치고 인턴이 되기 직전 약간의 기대와 아주 큰 걱정을 안고 치의신보 원고를 썼던 기억이 나는데 벌써 시간이 후루룩 흘러 인턴 생활이 익숙해졌다.
그 과정에서 인턴의 키워드는 실수라는 걸 실감하고 있는 중이다. 근무하는 과가 매달 바뀌고, 매달 새로운 교수님과 새로운 매뉴얼을 숙지해야 하다보니 실수가 잦을 수밖에 없다. 조금 익숙해질 법하면 다시 또다른 과의 매뉴얼을 달달 외워야하는 게 얄궂기도 하다. 특히 월초에 실수들이 쏟아지고 교수님, 선생님들께 혼나게 되지만, 점점 맷집이 늘어서인지 본능적으로 그 호통들을 머릿속에서 떨치는 법을 깨우쳐가는 중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계속 떠나지 못하고 내 맘속에 남아 종종 괴롭히는 실수들이 있는데, 바로 응급 당직에서의 잘못들이다.
응급 당직에서 실수를 하는 것은 교수님 어시스트를 하다가, 또는 환자 예진을 하다가 하게 되는 실수와는 다르다. 내가 책임을 지고 판단을 내려야하며 처치를 해야 하기 때문이다. 치과의사 면허는 땄지만 아직 진단을 충분히 해본 적이 없기에 진단과 처치에 확신을 갖기가 어려웠다.
첫 응급 당직을 섰을 때 외상환자가 왔다. 넘어져서 #11의 pulp가 노출된 crown fracture가 있었고, #12,21에 subluxation이 있었던 환자였다. 당연히 노출된 pulp는 theracal로 base를 깔아 보호해야하며, 주위 치아와 RWS를 시행해야 한다는 것은 국시를 친 사람은 모두가 알고 있을 것이고 나 또한 그랬다.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실제로 그 간단한 RWS를 해야 할 때가 되니 모든 것에 의문이 생겼다. RWS를 해야 하는 건 알겠는데, 레진와이어를 써야하는지, 0.7mm 와이어를 써야하는지 아니면 교정용 014 SS wire를 써야하는지 헷갈렸다. 약도 처방해야 하는 건 분명히 배웠는데, 정확히 무슨 약을 며칠동안 처방해야하는 건지 확신이 안 섰다. 입술이 조금 찢어졌는데 이 정도는 suture를 해야하는건지 그냥 가도 괜찮은건지도 판단하기 어려웠다. 모든 것이 선택이었고 결정이었다.
그렇게 우당탕탕 첫 응급 당직을 지내며 깨달은 것이 하나 있다. 내가 내리는 판단에 대해 스스로 확신이 분명하게 있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처음 마주했던 응급 환자를 대했을 때 나는 내 스스로 확신이 없었고, 그것이 환자로 하여금 더 혼란하게 한다는 것을 진심으로 깨달았다. 운전과 비슷했다. 면허가 없이 차를 탈 때는 차타는 것이 전혀 어색하거나 어렵지 않지만, 처음 면허를 따고 운전을 할 때는 엑셀을 밟는 것 자체가 겁나고 여러 거울을 동시에 보는 것이 어려운 것처럼 말이다. 어시스트를 하며 선생님들이 환자와 소통하는 걸 볼 때는 그렇게 어려워보이지 않았는데 내가 그 역할을 하려고 하니 하나하나가 조심스러웠다. 이래서 치과의사가 되면 공부를 더 열심히, 더 많이 한다는 말이구나, 새삼 실감한다.
그래도 시간이 약인지, 몇 번 하다보니 조금씩 감을 찾아가는 중이긴 하다. 그럼에도 실수는 항상 생기기 마련이고, 앞으로 내가 할 실수들이 그저 사소한 실수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이제 6월이 되면 또 다른 과를 돌게 된다. 그 과에서는 어떤 일들이 일어날지 예상조차 할 수 없지만 일단 목표는 그 어떤 호통에도 견디고 한번 한 실수는 다시 되풀이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온 병원에서 보이지 않은 곳에서 자기 할일을 해내고 있을 인턴들 모두 같은 마음일거라 믿는다. 6월도 화이팅하자, 굳세어라 인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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