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즈피플] 외국 자본 몰린 티니핑 왕국, 김수훈 SAMG엔터 대표의 도전

2025-08-18

[비즈한국] ‘티니핑’ 열풍의 주역 김수훈 SAMG엔터테인먼트 대표가 콘텐츠 업계와 증권가의 이목을 동시에 끌고 있다. ‘캐치! 티니핑’ 타깃 연령층 확장과 굿즈 사업 성장에 힘입어 지난해 실적 반등에 성공한 SAMG엔터는 올해 상반기 코스피·코스닥 시장에서 가장 높은 주가 상승률을 기록한 종목으로 떠올랐다. 여기에 넷플릭스 오리지널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글로벌 흥행을 거두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영상 제작사와 엔터사 전반에 대한 기대감도 덩달아 확산되고 있다.

JP모건 등 글로벌 투자은행의 지분 매입에 관심이 쏠리지만, 최근 그 배경에 공매도 목적이 깔려 있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주가 변동성이 두드러진다. ‘한국의 디즈니’를 꿈꾸는 김 대표의 도전이 어디까지 이어질까.

#Character(인물)

자녀 없는 ​미혼의 김수훈 대표는 ‘티니핑’으로 아이들의 마음을 흔든 ‘초통령(초등학생+대통령)’ 캐릭터를 탄생시켰다. ​김 대표는 1974년생으로 만 51세의 젊은 리더다. 대학 중퇴 후 ‘독학’으로 토종 애니메이션의 성공을 이끌었다.

미술에 흥미를 뒀던 김 대표는 부산 소재 대학 공대에 진학한 후 컴퓨터그래픽(CG)에 빠져 살았다. 픽사 애니메이션 ‘토이스토리’, 영화 ‘쥬라기 공원’ 등에 담긴 3D 기술은 김 대표가 제작자의 길로 들어서는 데 중요한 배경이 됐다. 그는 높은 취업률로 인기였던 전기공학과 재학생으로서 장학금을 타기도 했지만 군 제대 후 컴퓨터 그래픽에 몰두하면서 대학과 연을 끊었다. 대학 2학년 무렵 학교를 과감히 자퇴했다. 대학 졸업장 없이 3D 애니메이션 인생에 발을 디디는 순간이다.

#Career(경력)

20대 초반 제1회 부산국제영화제 준비위원회에서 멀티미디어 업무를 담당하며 경력을 쌓던 김 대표는 3D를 제대로 배우기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약 30년 전 한 달 학원비만 50만 원에 달하는 ‘서울 유학’ 생활을 위해 컴퓨터 조립 등 아르바이트 병행은 필수였다. 학원식 기능 교육이 아니라 창의성을 펼칠 환경이 필요했던 김 대표는 직접 회사를 설립했다. 용산에서 인연이 된 한국 IBM 관계자들과 함께 ‘아바쿠스소프트’라는 회사를 창업했지만 IMF의 여파를 겪었고, 그 후로도 몇 번의 실패를 거듭했다.

김 대표는 SAM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성장한다. 애니메이션 지식재산권(IP) 개발을 주된 사업으로 영위하는 SAMG엔터테인먼트는 2000년 7월 사명 ‘삼지애니메이션’으로 출발했다. 국내 키즈 애니메이션 회사 중 업력이 가장 오래됐다. 애니메이션 콘텐츠 업계에서는 선도 기업에 해당한다. SAMG엔터테인먼트는 공시에서 “한국의 애니메이션 콘텐츠 시장 전체 성장에도 기여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다”며 “투자를 통해 애니메이션 콘텐츠 시장 발전을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5년 동안 선보인 IP는 수십 개에 달한다. 디즈니, 미국 카툰네트워크, 프랑스 자그툰, 매서드 애니메이션, 일본 토에이 등 해외 기업과의 협업 경험으로 제작 관련 노하우도 풍부하다. 굵직한 IP만 따져 봐도 2003년 국내 기업이 국산 애니메이션을 최초 수출한 사례로 꼽히는 ‘기상천외 오드패밀리’, 2010년대 초 ‘부릉! 부릉! 브루미즈’, 2010년대 중반 ‘최강전사 미니특공대’, ‘미라큘러스: 레이디버그와 블랙캣’ 등이 있다. 중동, 프랑스 등 해외로 수출된 브루미즈는 대한민국 콘텐츠대상 애니메이션부문 문화체육부장관상 등을 수상했고 소녀 히어로 레이디버그 IP 역시 남미, 유럽, 브라질, 캐나다 등에서 인기를 끌었다.

김 대표는 2019년 콘텐츠해외진출 수출요공포상을 받았고 2014년부터 현재까지 한국애니메이션협회 부회장으로 재임하고 있다.

#Capability(역량)

김 대표는 티니핑 시리즈로 역량을 입증했다. 2020년 TV용 만화 시리즈로 처음 론칭된 티니핑은 140가지가 넘는 캐릭터를 보유한 IP로 잘 알려졌다. ‘부끄핑’부터 자기애가 강한 ‘나르핑’, 용기 있는 ‘아자핑’까지 감정에 따라 무궁무진한 캐릭터가 고안됐다. 국내외 인기 기반에 적극적으로 굿즈 사업을 접목한 결과는 수익으로 돌아왔다. 김 대표는 미니특공대 등 그간의 경험과 데이터를 토대로 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캐릭터와 스토리를 생산하고 애니메이션과 완구 등 굿즈를 함께 출시하는 전략을 펼쳤다.

약 200만 명 추정 ‘키즈 팬덤’을 확보한 티니핑의 신작 발표는 유통가에도 영향을 끼친다. 2024년 9월 티니핑 시즌4 방영 직후 10월 한 달간 이마트의 여아 캐릭터 완구 판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9% 증가했다. 1년 전 TV 시리즈물의 프리퀄 격인 극장판 ‘사랑의 하츄핑’ 개봉 이후에는 성인 팬도 대거 늘어 소비로도 확장되고 있다. 키즈 캐릭터 IP가 캐릭터 IP로 진화했다는 평가다. 영화의 시나리오와 총감독은 김 대표가 직접 맡았다.

#Critical(비판)​

SAMG엔터​테인먼트는 2022년 12월 증시에 입성했다. IPO(기업공개) 시장이 녹록지 않았지만 실적보다는 사업성과 비전을 앞세운 ‘특례상장’으로 진행됐다. 현재 김 대표는 회사의 최대주주로 지분 16.54%를 보유하고 있다.

SAMG엔터는 지난해까지 주가 부양을 통해 기업 재무 건전성을 강화하고 기존 주주 가치를 높여야 한다는 시장의 지적을 받았다. 외형은 커지는데 영업이익 등 내실은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매출액은 2022년 683억 원에서 2023년 951억 원, 2024년 1164억 원으로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3년 전 3억 6400만 원에서 2023년에는 94억 원으로 오히려 늘었고, 지난해에는 61억 원으로 줄었지만 증가세가 비교적 더디다.

올 들어서는 고질적이던 주가 부진을 털어내며 이목을 끌었다. 6월 말 9만 1900만 원이었던 주가는 지난해 말보다 621.9% 오른 9만 1900원을 기록했다. 상반기에 국내 개별 회사 중 가장 높은 수익 상승률을 보였다. 시장은 티니핑 인기 등 2개 분기 연속 흑자를 이어간 것을 요인으로 꼽았다.

#Challenges(도전)

이례적인 상승세를 그렸지만 최근 주가 변동성이 심화된 것은 회사와 김 대표 모두에게 부담이다. JP모건 등 외국계 자본의 잦은 지분 매매와 시장 내 투기성 수요가 더해지면서 주가가 단기간 급등락을 반복하고 있는 것. 실적·IP 성장 기대감 속 투자심리가 과열되는 한편, 글로벌 투자기관의 차익 실현 움직임에 따라 순간적인 하락 위험도 상존한다. 실제로 18일 주가는 지난 14일 종가 7만 3500원 대비 16.19% 하락한 6만 1600원에 마감했다. 한때 하락폭이 1만 4000원(19.04%)을 기록했다.

이는 2분기 실적이 시장 전망치를 밑돌면서 투자 심리가 위축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과도한 반응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아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SAMG엔터는 기존 영유아 중심에서 1030 키덜트(키즈+어덜트) 시장으로의 확장을 잘 해나가고, 에스엠 아티스트 에스파와의 협업은 아직 공개되지도 않았다”고 분석했다.

SAMG엔터가 지속 가능한 성장 스토리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높은 대외 관심만큼 건실한 실적과 재무 체질 개선, 그리고 안정적인 주가 관리라는 과제를 동시에 풀어나가야 한다. 향후 SAMG엔터는 영화 ‘사랑의 하츄핑’ 후속작 등 티니핑 IP 중심의 신작 출시, 굿즈·라이선스 사업 다각화, 글로벌 시장 협업 등 외형 확장 드라이브를 이어갈 계획이다.

강은경 기자

gong@biz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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