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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금융신문=고승주 기자) 여론에서의 진보와 보수 담론은 수준이 낮다.
초등학교 운동회 청팀‧홍팀 색깔놀이 정도다.
진보는 영어로 ‘Progress’ 진전이라고 쓰고,
한자로도 進步, 한 발자국 나아가는 움직임을 뜻한다.
보수는 영어로 ‘Conservate’ 보존이라고 쓰고,
한자로도 保守, 보호하고 지키는 움직임을 뜻한다.
사회는 사람처럼 강점과 약점이 있는데,
현 강‧약점을 유지하면 보수
현 강‧약점을 개편하면 진보다.
강점은 그 사회의 부와 권력이 쏠리는 곳
약점은 그 강점을 위해 희생하는 곳이다.
한국 사회의 강점은 부동산과 생산수단(사업체)이다.
서울공화국. 부동산공화국. 삼성공화국.
약점은 사람, 노동자다.
어렸을 때 쥐어짜서 선발하고,
나이 차면 일 시켜서 갈아쓰고,
늙어서 힘 빠지면 내버린다.
과열 학력경쟁. 최상위 근로시간. 최하위 국제노동권지수.
실질소득 저하. 최악의 합계 출산율. 최악의 노인빈곤률.
노동자 갈아서
부동산‧기업 키우는 나라.
그게 한국이다.
거대 2개 정당의 경제정책을 보면
결국 다 기존 강점
부동산‧기업에 얽매였다.
현재의 강점은 가장 큰 취약점이기도 한데
90년대까지는 생산요소 과다투입이 그럭저럭 먹혔다.
그런데 기술도약 시대에는 혁신이 필요하고,
혁신은 사람이 일으킨다.
그간 거대 양당은 진보적인 수단을
동원해 김을 조금 빼려는 시늉을 했다.
박근혜 정부 때 경제민주화,
문재인 정부 때 부동산과세강화 등이다.
그렇지만 최종 지향점은 늘 보수였다.
박근혜 정부 때 빚내서 집 사세요, 초이노믹스.
문재인 정부 때 금리 풀고 전세대출 풀고. 줄푸대 정책.
기업 감세는 누구든 어디서든 이었다.
두 거대정당은 그렇게 옹기종기
중도보수 동네에서 살았다.
그런데 윤석열 12‧3 내란이 터졌다.
국민의힘 일부는 짐을 싸서
독재 파시즘 동네로 이사했다.
민주당은 빈집을 매입할 절호의 기회였다.
이재명 당 대표의 중도보수 지향은 새삼스럽지 않다.
제 위치 확인, 이웃집 매입 발표, 그 정도다.
지금 한국경제는 정말로 벼랑 끝 위기에 놓였다.
어느 날 갑자기 온 위기도 아니다.
위기는 20여 년에 걸쳐
일본보다 더 저성장으로
빨려가는 구간에 들어섰다.
12‧3 내란이 토하면 되는 극독이라면
경제위기는 장기치료가 필요한 점진적 중독이다.
최근 20년 한국 정치사에서
한국 대통령은 그 인물이 대단하다기보다는
국민의 욕망이 투영된 결과물이었다.
개혁해야 산다는 욕구. 나만 부자 되고 싶다는 욕구.
과거가 그립다는 욕구. 안정되고 싶다는 욕구.
상대를 짓밟고 싶다는 욕구.
한국은
이대로 부동산‧대기업을 안고 갈 것인가.
계속 사람 갈아서 갈 것인가.
이제 다시 선택의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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