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
교도소 화장실 벽에 붙은
문구를 한참 동안 바라봤다.
만물의 영장이라….
두꺼운 철창으로 가로막힌 이곳에도
만물의 영장이 살고 있다.
사람의 목을 조르고,
찔러 죽이고,
부모와 자녀를 살해하고,
타인의 성(性)을 유린한 인간들.
매일 교도소에 들어가는 나는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다’는 말에 동의할 수 있는가.
글쎄,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내 아들 발톱 깎아줄 교도관 있어요?”
교도소 복도에 발을 딛자마자,
한 남자 수감자가 두 손과 발을
바닥에 붙인 채 엎드려 있다.
흡사 고양이가 털을 세워
가르릉 하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아이고 나 죽네!”
남자는 앓는 소리를 냈다.
마침 남자의 부모가 면회를 왔고
면회를 위해 두꺼운 철문이 열렸다.
“저 몸이 너무 아파요. 못 걸어가겠어요.”
면회 시간은 단 10분이라,
나는 서둘러 그의 팔을 잡고
일으켜 세워 휠체어에 앉혔다.
100㎏은 훌쩍 넘을 듯한 묵직한 체중.
휠체어를 밀 때마다 나도 모르게 끙 소리가 새어 나왔다.
“저 공황장애도 있어요.
고혈압에 허리 통증도 있고,
교도관님이 수고 좀 해주세요.”
숨을 헐떡이며 휠체어를 밀고 있는 나를 보며
남자가 비릿한 미소를 지었다.
남자는 뚜렷한 지병이 있는 건 아니었다.
그런데도 “아파서 못 걷겠다”며 면회뿐만 아니라
운동, 종교 집회, 진료실에 갈 때도 휠체어에 올라탔다.
진짜 아파서였는지,
그저 교도관을 괴롭히고 싶었던 건지
나는 아직도 알지 못한다.
그런 아들의 건강이 걱정되는지,
면회실에서 남자와 부모는
한참을 서로 걱정되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10분간의 면회가 끝나고 그를 다시 데려가려 할 때, 그의 부모가 나를 불러 세웠다.
“저기요. 우리 아들은 허리가 안 좋아서 혼자 발톱을 못 깎는데, 그 안에 대신 발톱 깎아줄 교도관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