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브로드밴드가 한국전력기술에 양자내성암호(PQC) 전용회선 구축을 완료했다고 26일 발표했다. 2023년 상용서비스 출시 이후 첫 사업 수주 및 적용으로 국내 양자암호통신 시대의 개막을 알렸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통신 업계의 지속적인 수주가 이어질 수 있도록 정부가 공공기관의 도입을 장려하는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양자암호통신 기술은 양자키분배(QKD)와 양자내성암호(PQC)로 구분된다. QKD는 양자 역학 특성을 이용해 송수신 양방향에서 암호키를 생성∙분배하는 하드웨어 기반 기술인 반면 PQC는 양자컴퓨터가 풀기 어려운 수학적 난제를 활용한 소프트웨어 방식으로 거리 제약 없이 제공할 수 있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전력기술은 PQC 전용회선을 통해 본사와 현장 사무소 전체 구간을 오가는 중요 데이터를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게 된다. SK브로드밴드 측은 “한국전력기술 전용회선 사업 수주에 PQC 전용회선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며 “양자컴퓨터 개발이 가속화함에 따라 공공시장에서 양자암호통신 기술이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공공 시장에서 양자컴퓨터를 이용한 해킹 시도에 대응하기 위해 양자통신 인프라를 구축하려는 관심이 커졌다는 얘기다. 특히 국산 전송장비 업체 우리넷과 공동 개발한 패킷전송네트워크(PTN) 암호전송장비는 PQC 알고리즘을 적용해 공공기관이 다루는 중요 데이터를 실시간으로 보호하면서도 원활한 네트워크 성능을 보장한다.
QKD 전용회선의 경우 2022년 출시 이후 국책 사업을 통해 공공기관과 의료기관, 민간 기업 등 고객사 15곳을 확보한 상태다. SK브로드밴드는 SK텔레콤과 함께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NIA)이 주관하는 양자암호기술 관련 국책 과제에 2020년부터 5년 연속 1위 사업자로 선정됐으며 2022년 세계 최초로 총 800km에 달하는 국가융합망 백본망에 QKD를 적용했다.
SK브로드밴드는 더 나아가 양자산업을 선점하기 위해 올 하반기 중 양자 기술을 적용한 CCTV를 선보일 계획이다. 양자난수생성기(QRNG)를 활용해 CCTV 영상을 암호화된 형태로 제공할 수 있도록 제품을 개발해왔다. 장시훈 SK브로드밴드 공공고객담당은 “이번 PQC 전용회선 구축은 국책과제 실증 사업을 넘어 실제 공기업에서 수요가 발생한 의미 있는 사례”라며 “앞으로 금융, 의료, 국방 등 다양한 산업으로 QKD와 PQC 도입이 확산될 수 있도록 기술과 상품 경쟁력을 지속 제고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통신 업계에서는 국내 양자통신 시장 확대를 위한 정부의 활성화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유럽연합(EU)이나 미국에 비해 양자 인프라 구축 속도가 느리다는 이유에서다. EU는 정부 출자 및 민간 투자 방식의 펀드로 양자 네트워크 확장을 지원하고 있으며 미국은 올해 1월 사이버보안 강화 행정명령을 통해 PQC 통신 전환에 속도 내도록 했다. 업계 관계자는 “폴란드만 해도 현재 구축된 양자통신망이 1200㎞ 이상으로 한국(800km 수준)보다 길다”면서 “공공기관이 선제적으로 양자암호통신을 도입할 수 있도록 정부가 마중물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