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엔 폭죽터지는 줄"…순식간에 번진 홍콩 아파트 화재에 주민들 ‘망연자실’

2025-11-27

“처음엔 그저 폭죽 소리인 줄 알았어요.”

홍콩 북부 타이포 지역 ‘웡 푹 코트(Wang Fuk Court)’ 아파트에서 가족과 40년 넘게 살아온 60대 주민 응씨는 26일(현지시간) 화재 당시를 떠올리며 APF통신에 이렇게 말했다. 아파트 단지 전체가 보수 공사 중이어서 대부분의 주민들이 창문을 닫아둔 탓에 화재 경보도 들리지 않았다고 한다.

응씨는 2000가구 규모의 이 아파트 19층에서 살다가 불길을 보고 황급히 대피했다. 또 다른 60대 주민 위엔씨는 “이 동네에는 휠체어나 보행 보조기를 쓰는 고령 주민이 많은데, 다들 당장 갈 곳도 없다”며 막막함을 드러냈다.

AFP는 현장에서 실종된 가족의 생사를 확인하려는 주민들이 충혈된 눈으로 휴대전화만 바라본 채 구조 소식을 기다리고 있었다고 전했다. 취재진은 타들어가는 대나무 비계에서 ‘파지직’하는 소리가 이어졌고, 밀집된 주거단지는 거대한 불기둥이 되어 연기와 재를 뿜어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27일 새벽까지도 피해 아파트 전 층에서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었으며 공기 중에는 잿가루가 퍼졌고 불탄 플라스틱 냄새가 진동했다고 보도했다.

현장에서는 시민들과 사회복지사들이 대피한 노인들에게 담요와 베개를 나눠주는 등 긴급 지원에 나섰다. 29세 자원봉사자 로건 융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며 구조작업이 끝날 때까지 현장에서 지원을 계속하겠다고 말했다.

인근 주민들도 무력감과 비통함을 토로했다. 50대 주부 셜리 찬은 “불이 나는 것을 지켜봤지만 어떤 것도 할 수 없었다. 여기 있는 우리 모두 마찬가지”라고 말했고, 57세의 한 주민은 “재산 피해는 어쩔 수 없으나, 아이든 노인이든 모두 무사히 돌아오기만 바란다”고 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홍콩 당국은 화재 진압과 함께 대형 버스를 투입해 주민들을 안전지대으로 이동시켰고, 인근 아파트 주민들에게도 대피령을 내렸다. 화재 여파로 주변 고속도로가 폐쇄되고 일부 학교는 휴교에 들어갔다.

당국은 화재 원인을 조사 중이다. 홍콩 경찰은 피해 아파트의 일부 창문이 폴리스틸렌 보드(단열재)로 막혀 있어 화재가 더욱 빠르게 번졌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특히 보수 공사에 사용된 대나무 비계와 녹색 그물 자재가 불길을 타고 주변 건물까지 화염을 번지게 한 주요 요인으로 보고 있다.

화재가 발생한 아파트는 1983년 준공된 노후 건물로, 지난해 7월부터 대규모 외벽 보수 공사를 진행하며 건물 전체가 대나무 비계와 그물망으로 덮여 있었다. 이 구조물들이 불에 훅 타오르며 불길은 26일 오후 시작된 뒤 이튿날인 27일 아침까지 완전히 잡히지 않은 상태였다.

이번 화재로 27일 오전 8시 15분 기준 소방관 1명을 포함해 최소 44명이 숨졌으며 약 279명이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다. 구조된 45명도 중태에 빠져 있어 피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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