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남인터넷신문]나주 곰탕은 맑은 국물 속에 삶의 온기가 배어 있는 음식이다. 긴 시간 뼈와 살을 우려낸 국물은 화려하지 않다. 그러나 한 숟가락 입에 떠 넣는 순간, 담백하면서도 은은한 깊이가 천천히 퍼져 나가 마음을 풀어준다.
이 음식은 단순한 끼니가 아니라 오랜 세월과 정성이 만들어 낸 치유의 국물이다. 곁에서 늘 함께해 준 가족 같은 음식, 그것이 바로 나주 곰탕이다. 이런 곰탕의 성격을 떠올리면 자연스레 연결되는 영화가 있다. 바로 주세페 토르나토레 감독의 이탈리아 영화 《시네마 천국(Cinema Paradiso, 1988)》이다. 영화는 한 소년과 시골 마을의 작은 극장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성장 이야기다.
토토라는 소년이 영사기사 알프레도와 나누는 우정, 그리고 마을 사람들이 영화 속 웃음과 눈물을 함께 나누는 풍경은 보는 이에게 잔잔한 울림을 남긴다. 화려한 특수효과나 빠른 전개 대신, 세월이 묻어나는 서정성과 인간적인 온기가 영화 전체를 채운다. 그것은 곰탕이 지닌 맛의 결과도 닮아 있다.
곰탕을 먹는 순간, 사람들은 어린 시절 부모가 끓여 주던 국물이나, 명절 아침 온 가족이 모여 함께 나누던 밥상의 기억을 떠올린다. 《시네마 천국》 역시 한 사람의 인생 속에서 영화관이 차지했던 추억과 감정을 되새기게 한다. 화면 속에 비친 흑백 영화의 장면들은, 곰탕의 맑은 국물처럼 단순하지만 오래도록 기억 속에 남는다.
나주 곰탕과 《시네마 천국》은 눈부신 화려함이 아니라, 마음을 따뜻하게 감싸 주는 기억과 경험이라는 메시지를 두 작품은 공통으로 전한다. 특히 영화 후반부, 세월이 흘러 성공한 영화감독이 된 토토가 고향으로 돌아가 알프레도의 유품을 받는 장면은 곰탕의 국물맛과 닮아있다. 알프레도가 남긴 편집 필름을 보는 순간, 잊고 있던 추억과 감정이 한꺼번에 밀려와 눈물을 터뜨리게 된다.
곰탕 또한 오랜 기다림 끝에 완성된 국물 한 그릇으로, 사람들에게 잊고 있던 정과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조용히 마음속 빈자리를 채워 주는 점에서 둘은 닮아있다. 또한 나주 곰탕과 《시네마 천국》은 ‘공동체의 기억’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연결된다. 곰탕은 나주의 지역성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수많은 세대를 이어 가족과 이웃이 함께 나눈 밥상의 중심에 있었다.
영화 속 작은 극장 역시 마을 사람들의 공동체 공간이었다. 모두가 모여 함께 웃고 울며 삶을 나누던 그 자리에는, 음식이든 영화든 사람을 하나로 이어주는 힘이 있었다. 곰탕의 따뜻한 국물이 공동체의 마음을 모으듯, 《시네마 천국》 속 스크린도 사람들의 삶을 잇는 매개였다.
곰탕은 요란한 향신료나 과장된 장식을 거부한다. 투명하고 담백하게 삶의 진액을 담아낸다. 《시네마 천국》 역시 화려한 장면 대신, 일상의 소소한 순간들을 통해 인생의 본질을 보여준다. 그래서 두 작품 모두 시간이 지날수록 더 깊이 다가오고, 기억 속에서 사라지지 않는다. 화려한 한 끼나 스펙터클한 영화가 아니라, 오랫동안 곁에 머무는 삶의 따뜻한 동반자로 자리한다.
나주 곰탕을 맛본 사람들은 단순히 배를 채우는 음식이 아니라, 마음을 달래고 위로하는 국물이라고 말한다. 《시네마 천국》을 본 관객도 비슷한 말을 한다. 그것은 단순한 영화가 아니라, 삶과 추억을 되새기게 하는 감동의 기록이라고. 곰탕과 《시네마 천국》은 서로 다른 문화와 영역에서 태어났지만, 결국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를 보여준다. 바로 따뜻함, 기억, 그리고 삶을 잇는 힘이다.
참고문헌
허북구. 2025. 나주 곰탕의 풍미와 파헬벨의 캐논 변주곡.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0-11).
허북구. 2025. 나주 생고기 식문화와 폴 고갱의 원초적 색채.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0-12).
허북구. 2025. 프랑의 요리 맛 언어로 풀어낸 나주 홍어의 풍미. 전남인터넷신문 허북구농업칼럼(2025-1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