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현석·룰라에서 뉴진스까지…K팝 시작은 그 ‘나이트’였다

2024-09-30

시대탐구 1990년대

시대탐구 1990년대, 이번 회에선 지구에서 가장 인기 있는 K팝의 시발점을 찾아갑니다. 최근 뉴진스가 데뷔 2년 만에 일본 도쿄돔 무대에 섰습니다. 멤버 하니가 80년대 일본 국민가요 ‘푸른 산호초’를 불러 폭발적 반응을 일으켰고, 레트로 유행을 몰고 왔습니다. 뉴진스 음악의 모태는 90년대 댄스음악. 어깨를 들썩이게 하는 신곡 ‘슈퍼내추럴’이 90년대 뉴 잭 스윙 풍입니다. 뉴진스 패션도 복고풍인데, 내년 유행을 선보이는 ‘2025 서울패션위크’에 배꼽티, 통바지, 롱부츠가 등장했습니다. 당시 댄스가수들은 같은 공간에서 꿈을 키웠습니다. 이태원 ‘문 나이트’. 미군 춤꾼들까지 어우러져 벌인 댄스 배틀이 오디션 역할을 했습니다. 듀스 멤버 이현도를 따라 지금은 용산구보훈회관 건물로 바뀐 ‘성지’로 떠나보실까요.

어찌 보면 우리 또래는 대중문화에서 처음으로 어른들에게 반기를 든 세대가 아닐까 싶어요. 시키는 대로 하지 않고, 개성을 중시하며 자신만의 뭔가를 찾기 위해 노력했으니까요. 그런 물결 속에 일제 강점기, 보릿고개 같은 이야기를 넘어 새로운 이야기를 할 수 있는 X세대가 등장한 거죠. 한국이 세계적인 문화 선진국으로 도약할 수 있는 시발점이 된 게 90년대였다고 생각합니다.

군사정권이 어어지고 민주화운동이 한창이던 80년대. 브레이크댄스를 ‘저속무도행위’로 규정하고 대학로에서 추는 것을 금지하던 시절이 지난 어느 날.

동네 춤꾼이던 난 구준엽 형 손에 이끌려 이태원 나이트클럽에 갔다. 해밀턴호텔 근처의 ‘문 나이트’라는 곳인데, 주로 미군들이 춤추러 왔다. AFKN에서 찾아 듣던 힙합과 미국 빌보드 탑10에 든 흑인 음악이 모조리 흘러나왔다. 나만 아는 줄 알았던 다양한 춤도 여럿이 추고 있었다. 그날부터 학교에선 졸고, 밤엔 춤추는 생활을 반복했다. 성인 나이트라 고등학생인 난 출입할 수 없었지만 웨이터 형들도 유일한 해방구인 것을 아니 몰래 들여보내 줬다.

흑인 미군들에게 춤을 배웠는데 ‘쇼다운’이라는 댄스 배틀이 매일 열렸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경쟁하며 실력을 키웠다. 주말엔 경품을 건 대회도 열렸는데, 3등을 했던 기억이 난다. 흑인 형이 1등. 미군들 중엔 미국 래퍼와 친구인 사람도 있고 개성이 강하며 튀는 사람이 많았다. 그들과 교류하며 흑인 음악에 대해 많은 걸 배웠다.

문 나이트에 다니던 열의 아홉은 가수로 데뷔했다. 한마디로 스타 예약 창구였다. 클론 강원래·구준엽 형, 서태지와 아이들 양현석·이주노 형, R.ef, 노이즈, 터보, 룰라 등 90년대를 풍미한 가수들이 그곳 출신이다. 박진영 형도 가끔 구경하러 왔다. 그 시절 막내가 채리나. 리나는 춤도 잘 추고 싸움도 잘해 예뻐했다. 양현석 형은 서태지와 아이들로 유명해졌는데도 매일 왔다. 몇 년 전 문 나이트 사장님이 돌아가셨는데 당시 가수들 몇몇이 상가에 모였었다.

시대탐구 1990년대 2화

🎤각기댄스, 수건댄스 처음 본 그곳

🎤유학파 오렌지족이 반응하면 떴다

🎤임진모 “K팝은 90년대에 빚 졌다”

🎤“그때가 트렌디하다”는 1020 신기

※ 시대탐구 1990년대 다른 이야기를 보려면 아래 링크를 클릭하세요.

①90년대 신인류 K팝 만들다, ‘강남 흑인음악’ 듀스의 충격

난 거기서 현진영 형을 만나 백댄서를 맡아 ‘현진영과 와와’로 데뷔했다. 진영 형은 이수만 회장이 처음 기획한 가수. 발라드와 트로트가 대세였던 한국 대중음악에서 새로운 걸 하고 싶어 했다. 1991년 부산의 한 야외무대에서 한창 공연 중이었는데, 갑자기 양복 입은 무리가 무대를 덮쳤다. 춤을 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진영 형이 무대 아래로 끌려가고 있는 게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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