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앓는 초등학생 아들을 살해한 혐의를 받는 여성에게 지난주 검찰이 징역 8년을 구형했다. 이혼 후 혼자서 아들을 키우던 이 여성은 지난해 11월 전북 김제의 농로에 세운 차량에서 아들을 숨지게 한 뒤 경찰에 자수하며 “사는 게 힘들어서 아들을 먼저 보내고 따라가려 했다”고 진술했다.
중증 장애인 가족이 겪는 비극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장애인을 돌보는 가족, 특히 부모·형제들은 하루 24시간, 매일 고통 속에서 살아가야만 한다. ‘삶의 지옥’이 따로 없다. 이들의 위기는 끝이 보이지 않는 돌봄에서 시작된다. 극도의 피로와 고립감, 차가운 외부 시선에서 오는 두려움은 그들을 점점 벼랑 끝으로 몰아간다.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제도와 통로는 제한돼 있어 전쟁 같은 돌봄 속에서 하루하루를 버텨갈 수밖에 없다. 경기도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최중증 발달장애인 24시간 돌봄 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1%가 ‘심한 수준의 우울감’을 호소했고, 32.7%는 ‘보통 수준의 우울감’을 느끼고 있었다. 이들 장애인 보호자의 25.9%는 지난 1년간 ‘죽고 싶다’고 진지하게 생각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이들이 겪는 고통이 단순히 일상의 불편이 아니라는 점이다. 돌봄 공백은 곧 생명과 직결된다. 보호자마저 쓰러지거나 포기하게 되면 남겨진 장애인은 삶을 영위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보호자들의 돌봄 고충·불안을 덜기 위해서는 국가적으로 답을 찾아야 한다. 단기적인 서비스 확충을 넘어, 구조적이고 지속 가능한 제도 개편이 필요하다. 장애인의날(20일)을 맞아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는 “‘발달장애인과 정신장애인 돌봄 국가책임제’를 실시하겠다”고 했고, 나경원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는 “국가장애인위원회 설치”를 공약했다.
줄 잇는 대선 공약처럼, 중증 장애인 돌봄을 더 이상 가족 책임으로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 24시간 돌봄 확대를 통해 보호자들의 휴식을 보장하고, 중증 장애인 가정이 응급 상황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하다. 보호자들을 위한 건강·돌봄 상담 서비스와 지원 프로그램도 확대해야 한다.
장애를 가진 시민이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돕는 것은 복지를 넘어 인권의 문제다. 장애인 보호자들이 이 사회에서 ‘공존’을 느낄 수 있도록 돕는 것 역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