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왼손은 기교보다 진심을 연주”

왼손만으로 피아노를 치지 않을래?
이는 어린 이훈을 가르쳤던 전영혜 교수가 2013년에 건넨 권유였다.
그러면서 “왼손만으로 치는 곡이 1000곡도 넘는다”고 덧붙였다.
이 권유가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의 첫 시작이었다.
2012년 어느 날 갑자기 ‘도둑처럼 찾아온’ 뇌졸중이 나를 덮쳤습니다. 왼쪽 뇌를 60%를 덜어내야 하는 수술 후, 깨어난 건 10일 만이었고요.선화예고에서 피아노를 배우고, 독일과 네덜란드에서 유학한 후, 미국으로 건너가 신시내티 음대에서 박사학위 논문을 쓰던 중이었죠. 뇌졸중 후 피아노 연주는커녕 기본적인 일상생활조차 할 수 없으니 희망이라곤 찾아볼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당시 제게 피아노는 금기어였습니다.이 절망, 모든 빛을 흡수하는 가장 어두운 블랙인 ‘반타 블랙’이었죠.

이 어두운 삶에 왼손 연주는 그에게 실오라기 같은 빛이었다.
식사 후 집으로 돌아와서 피아노를 치기 시작했죠.양손으로 치는 피아노를 왼손으로만 ‘도레도레’ 하는 수준이니 엉망이었죠.그 ‘도레도레’ 가 나중엔 ‘도레미도레미’가 되고 연주가 되더라고요.오른손과 왼손의 협업으로 만들어내는 게 하모니다.
오른손과 왼손의 협업으로 만들어내는 게 하모니다.
그런데 그는 왼손만으로, 개중 엄지로는 멜로디를,
나머지 네 손가락으로 화음을 만들어 하모니를 만든다.

뇌 기능이 저하돼 악보가 외워지지 않고,손가락이 마음의 속도를 따라잡지 못해도 피아노가 다시 제 삶 전부가 되었습니다. 백건우 선생이 ‘음악을 한다는 건 음악으로 마음을 나누는 일’이라고 했죠. 예전에는 어떻게 하면 테크닉으로 사람에게 감동을 줄까 고민했었습니다. 이젠 기교가 아닌 진심을 어떻게 전달할까를 고민합니다.

그는 60% 이상 뇌 손상이 됐지만, 그만큼의 더 풍부한 감성을 얻었다.
그 감성을 마음으로 나누는 일,
그것이 바로 왼손 피아니스트 이훈으로 살아가는 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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