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녁만 먹고 나면 졸음이 쏟아져서 견디기 힘든데, 밤에 잠들어도 새벽 2~3시만 되면 깨서 잠이 안 와요.”
경북 안동시에 사는 김모씨(69)는 시도 때도 없이 졸리거나 깊이 잠들지 못하는 증상을 동시에 겪고 있다. 이런 증상은 나이가 들수록 더 심해졌다. 3~4년 전만 해도 새벽 5~6시까지는 깊게 잠들었는데 최근에는 기상 시간이 더 빨라지고 작은 소리에도 쉽게 깨곤 한다.
노년기 불면증은 김씨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겪는 문제다. 그런데 웨이트 트레이닝 같은 근육 강화 운동이 노년기 불면증 해소에 효과적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된다.
태국 마히돌대 끼띠뽄 나가비로지 교수 연구팀은 5일 의학 저널 ‘가정 의학과 지역사회 보건’을 통해 불면증을 겪는 60세 이상 2045명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 24건을 분석한 결과, 근육 강화 운동이 노년기 수면의 질 개선에 가장 효과적이었다고 밝혔다.
수면의 질은 노화와 함께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연구팀에 따르면 노인 5명 가운데 1명이 불면증을 앓고 있다. 문제는 수면 부족이 인지 장애를 비롯한 다양한 건강 문제와 직결돼 있다는 점이다.
연구팀은 불면증 완화에 도움이 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불면증 진단을 받은 60세 이상 2045명(평균 연령 70세)을 대상으로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는 다양한 신체 운동과 일상적 활동 등의 효과를 비교한 국제적 임상시험 24건의 데이터를 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구체적으로 ▲유산소 운동 ▲근육 강화 운동 ▲균형 운동 ▲유연성 운동 ▲복합 운동이 수면의 질 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확인했다. 유산소 운동에는 자전거 타기와 수영, 빠르게 걷기, 정원 가꾸기 등이 포함됐다. 근육 강화 운동은 웨이트 트레이닝과 팔굽혀펴기 등이다. 균형 운동은 스텝업과 발끝으로 걷기가, 유연성 운동에는 체조와 요가 등이 속한다. 복합 운동은 여러 운동을 혼합한 운동이다.
운동의 효과는 글로벌 피츠버그 수면의 질 지수(GPSQI)로 측정됐다. GPSQI는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변수 등 7개 요소의 점수(각 3점)로 수면의 질을 평가하며 점수가 높을수록 수면의 질이 좋지 않은 것이다. 5점 이상이면 심각한 수면장애에 해당한다. 분석 결과 근육 강화 운동의 GPSQI 개선 효과가 5.75점으로 가장 높았다. 유산소 운동은 GPSQI 점수를 3.76점 개선했다.
연구팀은 “근력 운동과 유산소 운동이 일반적 활동보다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수준의 수면의 질 향상 효과를 보였다”며 “노인은 신체 기능이 제한으로 일부 운동이 어려울 수 있지만 근육 강화 운동이 노년기 불면증 해결에 가장 효과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권나연 기자 kny0621@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