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들 몸짓 하나 하나에…갈채 쏟아진 객석

2024-09-06

“스카르피아, 죽어서 심판대에서 만나길.”

지난 5일 오페라 ‘토스카’의 개막 공연이 열린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발 밑에 끌리는 드레스 자락에 아랑곳 않고 거침 없이 무대 세트의 바위 끝으로 올라간 토스카(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의 붉은 드레스 자락이 꼭대기에서 떨어지자 관객들의 심장이 함께 ‘쿵’하고 내려 앉았다. 뒤따라 3000석에 달하는 객석을 가득 채운 관객 사이에서 깊은 날숨이 터져 나왔다.

죽음을 눈 앞에 둔 주인공 카바라도시(테너 김재형)가 사랑하는 연인 토스카를 그리며 “단 한 번만 베일을 쓴 그대의 모습을 볼 수 있다면/이토록 절박하게 살고 싶었던 적이 없었다”고 강렬한 감정을 토해낸 뒤 북받치는 감정 속에 고개를 숙이는 동안 관객석에서는 노래 만큼이나 긴 박수 갈채로 화답이 나온 것도 공연의 명장면으로 꼽힌다.

이날 공연은 이탈리아의 대표 오페라 작곡가 자코모 푸치니(1858~1924년)의 서거 100주년을 기념해 세종문화회관과 서울시오페라단이 기획했다. 1992년 데뷔한 이후 정상의 자리를 지켜온 소프라노 안젤라 게오르규와 테너 김재형, 베이스 바리톤 사무엘 윤이 함께 펼친 이번 공연은 왜 고전이 매번 새로움을 줄 수 있는 지, 왜 최고의 공연은 지금 눈앞에서 경험하는 현재형의 공연일 수밖에 없는 지 관객들이 직접 느낄 수 있게 했다. 마이크를 두고 심문 장소의 경찰들과 소통하는 장면이 나오는데 관객들은 지금까지 들어온 음성이 육성으로 나온 것이라는 점을 의식하고 전율했다.

천상의 목소리와 더불어 시각적으로 보이는 이미지와 무대 장치도 소홀히 하지 않았다. 화려한 프레스코 벽화가 있는 로마의 성 안드레아 델라 발레 성당에서 시작된 1막에서 카바라도시는 성녀 마리아 막달레나를 그리며 연인 토스카를 떠올린다. 하지만 평온한 시간은 오래갈 수 없다. 탈옥한 동지 안젤로티를 숨겨줬지만 이로 인해 스카르피아의 덫에 걸린다. 스카르피아는 토스카를 욕망하게 되고 궁지에 몰린 토스카는 그를 받아주겠다고 한 채 조건을 건다. ‘위장 사형’을 한 뒤 카바라도시를 데리고 떠날 수 있게 해 달라는 것. 통행증에 카바라도시가 서명을 하자마자 그녀는 단검을 들고 그의 가슴을 찌른다. 피가 잔뜩 묻은 손으로 십자가를 드는 그녀의 모습에서 성녀 마리아의 모습이 겹쳐지는 장면도 압도적이다.

끝까지 스카르피아의 거짓말에 속은 지 모르는 토스카와 카바라도시는 위장 사형에 대비해 쓰러지는 연습도 한다. 해맑음이 비극을 더한다. 카바라도시가 쓰러지고 난 뒤에도 “아직 일어나지 마요. 조용히 해야 해”하던 토스카가 오열하던 모습은 관객들에게도 잊을 수 없는 인상을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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