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우체국에서도 은행 예·적금, 대출의 상담 및 계약체결이 가능해진다. 또한 은행 간 대리업 계약이 체결될 경우 A은행의 서비스를 타 은행 영업점에서도 편리하게 받아볼 수 있게 된다.
금융위원회는 27일 소비자의 금융접근성 제고를 위한 '은행대리업 도입 등 은행업무 위탁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금융산업의 디지털 전환이 가속화되며 은행 영업점 수는 2011년 말 7623개에서 2023년말 5794개로 12년간 1829개 지점이 축소됐다. 대면 영업점 감소는 전세계 공통적으로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나 고령층 등 디지털 소외계층을 중심으로 금융거래 접근성 제한을 초래할 우려가 있다.
은행 고유업무 제3자가 대신 수행···소비자 손해는 은행 책임
은행대리업은 은행법에 따른 예·적금, 대출, 이체 등 은행 고유 업무를 은행이 아닌 제3자가 대신 수행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제도다. 이를 통해 소비자는 은행 영업점이 아닌 곳에서 대면으로 은행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
단 은행대리업자가 은행의 모든 업무를 대신하는 것은 아니며 고객 상담이나 거래 신청서 접수, 계약 체결 등 일선 현장에서 이뤄지는 대고객 접점업무를 은행 대신 수행하게 된다. 대고객 접점업무 외 심사, 승인 등 의사결정이 필요한 업무는 은행이 직접 수행해야 한다.

은행대리업은 인가제로 운영된다. 기본적으로 은행 또는 은행이 최대주주인 법인이 은행대리업을 영위할 수 있으며 추가로 지역별 영업망을 보유한 우체국, 상호금융, 저축은행의 진입도 허용할 방침이다.
은행대리업자는 하나의 은행이 아닌 복수의 은행을 위해 대리업무를 수행할 수 있으나 인터넷전문은행에 대한 제3자의 대리는 금지된다. 또한 은행대리업자가 은행 업무 수행과 관련해 금융소비자에게 손해를 발생시킨 경우 은행이 직접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
은행 공동 ATM 확대하고 편의점 입·출금 서비스 활성화
금융위는 현재 4대 은행이 인구감소지역 전통시장에서 운영 중인 공동 현금자동입출금기(ATM)도 대폭 확대한다.
은행권 참여 유도를 위해 관련 운영경비를 사회공헌 활동 비용으로 인정하는 등 유인을 제공해 보다 많은 은행의 참여를 유도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공동 ATM 설치 장소의 경우 현재 지역 전통시장으로 한정돼 있으나 지역거점인 관공서나 주민편의시설 또는 지역 대형마트 등까지 확대한다. 공동 ATM 외에도 은행 고객이 상호금융 등 지역 금융기관 ATM을 통한 거래가 가능토록 업무제휴 확대도 추진할 계획이다.
편의점 입·출금 서비스도 활성화한다. 현재 편의점 등에서 실물카드나 현금을 통한 소액출금 및 거스름돈 입금 서비스를 실시 중이나 물품 구매 없는 출금 불가, 이용수단 제한 등 이용상 불편으로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금융위는 향후 무결제 출금을 허용하고 입·출금 한도를 상향하는 한편, 실물카드가 아닌 모바일현금카드와 연계해 간편하게 현금거래가 가능하도록 개선해 나갈 예정이다.
공동 ATM의 경우 상반기 지자체 및 상호금융권 대상 수요조사를 실시하고 편의점 입·출금은 서비스는 3분기까지 신규 사업자 참여 여부, 가맹점 입출금 한도 등을 협의한 뒤 4분기 금융위 의결을 거쳐 서비스를 확대한다.
연내 시범운영 서비스 개시 목표···은행 공동점포는 '물음표'
금융위는 은행대리업 도입의 경우 연내 시범운영 서비스 개시를 목표로 추진한다. 오는 4~6월 은행 및 대리업 희망사업자 간 사업방식 등 합의를 거쳐 7월 금융혁신법에 근거해 은행대리업을 혁신금융서비스로 지정할 예정이다. 이어 3분기 은행법 개정안을 마련 해 발의하는 것이 목표다.
시범운영은 은행 등 여수신 취급 금융회사 중심으로 추진하며 우체국도 시범운영 사업자 진입을 허용할 예정이다. 특히 금융위는 전국에 2500여개 영업점을 보유하고 있고 그간 은행의 입금·지급업무를 위탁받아 수행한 우체국에 한해서는 대출 서비스도 추가로 허용할 방침이다.
이진수 금융위 은행과장은 우체국의 대출업무 시작 시점에 대해 "혁신금융서비스 지정을 7월로 목표하고 있는데 우체국과 은행간 협의 과정에 따라 시점은 달라질 수 있다"며 "TF를 작년부터 운영했는데 시중은행들이 전반적으로 관심을 보였으며 우체국도 사업상 필요한 새로운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관심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불완전판매 부분에 대해서는 "대리업자가 하는 행위가 위탁한 은행에 귀속되기 때문에 손해가 발생하면 은행에 책임을 부과할 수밖에 없다"며 "단 대리업자를 할 수 있는 곳이 금융기관이고 우체국은 정부에서 운영하고 있다. 은행들도 신뢰성 있는 기관과 우선적으로 위수탁 계약을 체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금융위는 다양한 금융서비스 비교 가능성을 제고하고 경쟁을 촉진시키기 위해 은행대리업을 통해 은행 공동점포도 실현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간 대리 위수탁계약을 체결할 경우 A은행이 B, C, D, E은행의 예·적금, 환거래 대리 업무가 가능해진다.
이 과장은 은행 간 공동점포가 활성화될 수 있는지를 묻는 질문에 "은행대리업을 제도적으로 허용하는 것은 은행이나 소비자 측면에서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은행간 업무에 대해서는 은행 간 이해관계라던지, 채널을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라질 것 같다"고 언급했다.
한편 은행권에서는 우체국 활용방안에는 긍정적이나 은행 간 공동점포 활용의 경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각 은행별 상품에 차이점이 크지 않은 상황에서 실제로 지점에 오는 고객에게 타사의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 가능할지 의문"이라며 "정부의 의도는 좋으나 현실에서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행 가능하려면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