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 습지 온난화, 메탄 배출 증가세로 기후 악순환 우려

2025-05-18

[이미디어= 황원희 기자] 북극 지역의 기온 상승으로 인해 습지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이 증가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기후 변화가 더욱 가속화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이번 연구는 국제 학술지 ‘네이처(Nature)’에 최근 게재됐다.

미국 콜로라도대학교 볼더캠퍼스 환경과학 협동조합연구소(CIRS)의 기후 과학자 린제이 란 박사는 “메탄은 우리가 시급히 대응해야 할 매우 강력한 온실가스”라며 “최근 대기 중 메탄 농도의 상당 부분이 기후 변화로 인해 자연에서 방출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배출 감축 노력이 더욱 적극적으로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메탄은 이산화탄소(CO₂)에 이어 두 번째로 풍부한 온실가스로, 동일한 양이 100년 동안 약 30배 더 많은 열을 가둔다. 산업혁명 이후 발생한 지구 온난화의 약 4분의 1이 메탄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란 박사는 미국 해양대기청(NOAA) 소속으로 지난 10년간 대기 중 메탄 농도를 추적해 왔다. NOAA 연구진은 최근 수년 사이 대기 중 메탄 농도가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현상을 관찰했다. 이전 연구에서 전 세계 메탄 배출의 30%는 화석 연료 생산에서 비롯된 것으로 나타났으나, 이번 연구는 2007년 이후 미생물 활동으로 인한 배출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메탄을 생성하는 고세균은 습지, 매립지, 가축의 소화기관 등에서 대사 작용을 통해 메탄을 방출한다. 이들 미생물에서 발생하는 메탄은 전체 배출량의 절반 가까이에 달한다. 그러나 증가 원인에 대한 정확한 기전은 아직 불확실한 상태다.

연구팀은 지난 40년간 북극 지역을 포함한 북반구 고위도 지역의 대기 중 메탄 농도 변동을 분석한 결과, 계절별 진폭(최고치와 최저치의 차이)이 줄어들고 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컴퓨터 시뮬레이션 분석 결과, 이 같은 변화는 기후 변화로 인해 습지 면적이 확대되며 메탄 배출이 증가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됐다.

1980년대 이후 북극 지역의 여름철 강수량은 증가했고, 이로 인해 습지가 약 25% 확장됐다. 기온 상승으로 지하의 영구동토층 일부가 녹아 고세균이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 조성되면서 메탄 방출이 가속화되고 있다.

란 박사는 “이 연구는 자연 발생 메탄 배출이 이미 온난화된 기후에 반응하고 있다는 새로운 증거를 제공한다”며 “이는 인간의 통제를 넘어선 기후 피드백 루프의 가능성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란 박사의 이전 연구에 따르면, 2007년 이후 메탄 농도의 급격한 증가는 과거 빙하기 종료 시기의 급격한 온난화 사건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 그는 “배출을 신속히 줄이지 않는다면, 심각하고 갑작스러운 기후 반응이 재앙적인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연구팀은 이번 분석에서 대기 중 메탄 제거 역할을 하는 하이드록실 라디칼(OH)의 수치가 1984년 이후 약 10% 증가했음을 확인했다. 이 반응성 강한 분자는 대기 중 메탄을 분해하지만, 지속 시간이 짧아 직접 측정이 어렵다. 기존에는 OH 수치가 일정하다고 가정했으나, 이번 결과는 그 가정이 잘못됐을 가능성을 보여준다.

특정 배출원을 명확히 이해하는 것은 효과적인 기후 정책 수립에 필수적이다. 연구에 따르면 미생물에서 발생한 메탄이 최근 증가의 핵심 원인이지만, 화석 연료 연소 등 인위적 요인도 여전히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란 박사는 “통제 가능한 모든 온실가스 배출원을 최대한 줄여야 한다”고 강조하며, “영구동토층에는 현재 대기 중보다 두 배 이상의 탄소가 저장돼 있다. 이 탄소가 방출되면 지구 기후에 돌이킬 수 없는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따라서 임계점에 도달하기 전에 피드백 루프를 차단해야 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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