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진흥청·농업기술센터·농업교육포털 등이 다양한 경로로 농업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농업 교육은 정보와 기술이 가득해 농사를 처음 접하는 사람에게 유용하다. 나 역시 농사짓기 전 농업 교육을 여러 차례 받았고, 그때 정리한 자료를 바탕으로 농사를 짓고 있다. 하지만 농업 교육의 유용성을 인지하면서도 조금은 우려하는 부분이 있다.
첫째는 농업의 획일화다. 농진청 산하 기관에서 진행하는 농업 연구·교육은 생산성 증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그러다보니 단위면적당 생산량을 높이는 규격화된 농법을 제시한다. 비료·농약 사용은 모든 지역에서 비슷한 결과로 나타나기 때문에 연구 또한 비료·농약 중심으로 진행된다. 농업 교육도 대개 비료·농약 사용법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농업 교육을 받는 사람들 중 모두가 농산물 판매 목적이 아니지만 다수확을 위한 비료·농약 사용법을 배우고 있다. 그렇다고 비료·농약 사용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텃밭 같은 데서조차 화학 비료·농약을 사용하는 것이 옳은지에 대한 고민을 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둘째는 농업의 쇠퇴다. 큰 기관이 연구한 것 중심으로 이뤄지는 하향식 교육은 농업의 다양성을 사라지게 하는 문제가 있다.
다양성이 사라지면 농사를 지으면서 부닥치는 많은 문제의 해결 방법에 대한 고민도 같이 사라진다. 생각 없이 해충이 발생하면 살충제, 병균이 생기면 살균제를 사용하게 된다. 벌레가 ‘왜’ 생기지, 병균이 ‘왜’ 생기지, ‘왜’ 비료를 줘야 하지 하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게 만든다. ‘왜’에 대한 생각과 고민이 사라지면 우리 농업은 쇠퇴할 수밖에 없다.
농업 기술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옛 농업기술을 다시 살펴볼 필요가 있다. 하지만 조선 시대의 ‘농사직설’ 이후 옛 농업에 대한 기술은 찾아보기 어렵고, 남아 있는 지식도 대부분 벼농사 위주다. 희망적인 부분은 어르신들이 체험으로 터득한 옛 농업 지식을 갖고 있고, 이를 통해 농업의 다양성을 되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지식을 모으고 정리하는 것을 개인이 할 수 없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야 한다.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은데 아직 옛 농사 지식을 취합하려는 움직임이 없어 아쉽다. 어르신들이 터득한 농사 지식이 우리가 한때 열광했던 쿠바식 ‘틀밭농법’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말이다.
박홍근 청년농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