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 실적 성장세 '뚜렷'... 순이익 최근 4년 간 125%↑
형제경영 논란은 '아킬레스건'... 형제가 이사회 의장·사장 자리 나란히 앉아
이사회 독립성·기능 저하 우려 꾸준히 제기돼... "경영권 분쟁 발생 가능성도 배제 못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코리안리재보험이 우수한 시장지위와 안정적인 영업기반 등을 앞세워 실적을 꾸준히 키우고 있다. 다만 형이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을, 동생이 사장을 각각 맡는 '형제경영'과 관련된 논란 역시 계속되는 모양새다. 이사회 독립성 저하 등이 우려된다는 지적 속에 추후 경영권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 뒤따른다.
17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코리안리의 지난해 연결 기준 당기순이익은 3187억원으로 전년 대비 12.3% 증가했다. 2021년 시작된 실적 성장이 멈추지 않는 모습이다. 코리안리의 순이익은 지난 2020년만해도 1420억원 수준이었으나 최근 4년 새 두 배 이상 불어났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압도적 시장지배력을 바탕으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는 곳이 바로 코리안리"라며 "코리안리는 국내 유일의 전업 재보험사로서 그야말로 독과점적인 시장지위를 보유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코리안리가) 해외 영업을 확대하면서 공동재보험 등의 신사업 또한 추진 중인 만큼 실적 성장세는 앞으로도 지속되지 않을까 싶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형제경영 논란이 꼬리표처럼 따라다닌다는 점은 코리안리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힌다. 코리안리로서는 지배구조 부문에서 불씨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셈이다. 국내 상장 보험사 중 형제가 함께 경영하는 곳은 코리안리가 유일한 것으로 전해진다.
코리안의 형제경영이 시작된 것은 2021년부터다. 고(故) 원혁희 전 회장의 삼남인 원종규 사장이 2013년 대표이사 취임하며 2세 경영 시대가 열렸고, 2021년 원 사장의 형이자 오너 일가의 장남인 원종익 회장이 사내이사(회장) 및 이사회 의장 자리에 앉으면서 형제경영이 본격화됐다.
이처럼 형이 회장 겸 이사회 의장을, 동생이 사장을 맡는 이례적인 지배구조가 완성되자 업계 안팎에서는 여러 우려를 제기했다. 주로 이사회 의장이 사내이사이면서 대표와 특수관계인인 터라 이사회 독립성과 경영진 견제 기능이 약화될 수 있다는 내용이었다.
게다가 형제경영 체제는 전문성 부족 논란도 낳았다. 원 사장은 1986년 코리안리에 입사한 뒤 다양한 직급과 직무를 거치며 경력을 쌓았지만 원 회장의 경우 상대적으로 보험업 경험 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원 회장은 1981년부터 2010년까지 대림산업에 재직했으며, 코리안리에는 2010년부터 2021년까지 고문으로만 이름을 올렸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금융당국 또한 코리안리의 형제경영 체제에 경고장을 보냈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3월 코리안리에 대한 정기검사 결과를 발표하며 이 같은 지배구조에 '경영유의사항' 등의 조치를 내렸다.
당시 금감원은 코리안리에 대해 "2021년 보험업 및 경영경력이 없는 대표이사의 특수관계인을 회장 및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면서 그 선임 사유와 이사회의 책임과 역할을 고려한 적격성 여부 등에 대한 검증 절차가 미흡했다"며 "앞으로 사외이사가 아닌 자를 이사회 의장으로 선임하는 경우 그 선임의 적정성 등에 대한 객관적 검증 절차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코리안리는 당국의 지적이 나왔음에도 지난해 원 회장을 이사회 의장으로 재선임했다. 금감원의 정기검사가 발표된 지 불과 1주일 만이었다.
이와 관련해 코리안리는 "이사회 전에 사외이사 회의를 별도로 개최해 기존 이사회 의장의 보험업 전문성과 직무 적격성뿐만 아니라 이사회의 독립성 확보장치 등에 대해서 깊이 있게 논의하고 평가했다"며 "이를 바탕으로 이사회에서 사외이사가 아닌 기존 이사회 의장을 의장으로 추천·선임하고 선임사외이사도 선임했으며, 해당 내용을 객관적으로 공시했다"고 전했다.
일각에서는 우상향 중인 실적 등을 근거로 코리안리의 지배구조 리스크가 일정 부분 해소됐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실적과 별개로 이사회가 과연 제 기능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안그래도 국내 금융사의 이사회들은 '거수기' 역할만 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오너 가문이 경영권 및 이사회 주도권을 모두 쥐고 있다면 다른 이사회 구성원들로서는 할 말을 제대로 하기가 더더욱 어려울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특히 이런 지배구조는 오너 일가를 포함한 소수의 대주주와 다수의 일반주주의 이익이 충돌하는 문제에서 결코 자유로울 수 없다"며 "일반주주들에게 피해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현행법상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는 것이 결국 문제"라고 덧붙였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코리안리가 형제경영 체제 속에서 경영권 분쟁을 겪을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레 내놓고 있다. 한미그룹, 한진그룹, 아워홈 등 가족간의 경영권 분쟁이 일어난 국내 오너기업을 최근에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는 탓이다.
무엇보다 금융권은 코리안리 오너 일가 개개인의 지분율 차이가 크지 않다는 점에 주목한다. 몇몇 가족 구성원 또는 주요 주주의 지지를 얻으면 지분율 격차가 벌어지는 구조인 터라, 형제 사이에 자칫 불화가 나타날 경우 경영권 분쟁으로 불길이 옮겨 붙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현재 원 회장과 원 사장의 지분율 차이는 1%가 채 되지 않고 이 둘을 제외한 나머지 오너 일가 개개인의 지분율도 비슷비슷한 편"이라며 "어디까지나 가정이긴 하지만 지분율 격차가 이렇게 크지 않은 기업이라면 2세 경영까지는 괜찮지만 3세 경영으로 전환되는 시점에서는 분쟁이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고 본다"고 전했다. 이어, "코리안리의 경우 아직까지 '조짐'이 감지되지는 않지만 위험성이 없다고 잘라 말할 수는 없다"고 부연했다.
이준성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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