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게 판다고 능사(?)"…유통업계, 불황형 소비 지속에 '속앓이'

2025-04-02

【 청년일보 】 유통업계가 지속되는 불황형 소비 속에 수익 창출 방안에 여러움을 겪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 당면한 경제적 위기 속 저가 상품 중심의 판매 전략이 불가피하다면서도,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한 전략을 미리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업계는 최근 고물가와 경기 불황으로 인한 내수 침체를 극복하고, 매출 성장을 유지하기 위한 가격 경쟁에 열을 올리고 있다.

한 유통업체 관계자는 "마트, 편의점 등 생활 밀접형 업종들이 소위 '가성비 경쟁'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전사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작년과 올해 들어 경쟁의 강도가 더욱 심화되고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가격 경쟁의 최전선에 위치해 있는 업종이 바로 대형 마트업계다.

실제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 마트업체는 올해 초부터 '저렴한 가격'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소비자를 대상으로 마케팅 전략을 전개해 왔다.

이마트의 경우 '고래잇'을, 홈플러스과 롯데마트는 각각 '홈플런'과 '더 핫' 등의 행사로 이를 구체화했다.

대형 마트업계의 특성상 상시 할인과 저가 경쟁은 일상이였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들어 가격 경쟁의 수준이 '수지 타산'의 관점에 부합하지 않는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실제 대형 마트업체들은 올해 들어 '900원대 삼겹살', '1천원대 한우' 등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소비자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저가 가격 경쟁이 소비자 집객 효과와 매출 증대에는 어느 정도 효과를 발휘할 지 몰라도, 실질적 영업이익은 오히려 감소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실제 현장의 업계 관계자들은 이와 같은 지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주요 대형 마트업체의 식품분야 상품기획자(MD)는 "올해 들어 상품 기획과 소싱의 무게 추는 작년보다 더 '가격' 그 자체로 쏠린 상황"이라며 "솔직히 말해, 이렇게 저렴한 값에 들여오는 상품을 통해 마진을 남기기는 어렵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비식품 분야 MD도 "다이소 등 가성비 채널이 소비자들에 주목받으면서 대형 마트들도 이와 대등한 경쟁을 하기 위해 무리할 정도로 단가를 낮추는 경향이 있다"며 "가격 인하를 위한 비용은 비용대로 들어가면서도, 실질적 영업이익은 별로 남지 않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편의점업계 관계자들도 유사한 우려를 내놓고 있다.

근래 들어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업체들도 일제히 가성비 상품을 내놓으며 소비자 유치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CU는 '990원 핫바', '1900원 맥주' 등을 출시했고, GS25는 '초가성비'를 앞세운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강화하며 가격 경쟁에 가세하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롯데마트와의 PB 상품 공동 개발을 통한 가격 경쟁력 시너지를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고, 이마트24도 초저가 프로젝트 '상상의끝' 관련 상품 출시에 속도를 내고 있다.

편의점업계의 특성상 제품당 마진이 대형 마트업체보다는 높지만, 현장 관계자들은 대형마트와 유사한 우려를 표출하고 있다.

한 편의점업체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이 저가 상품 출시에 열을 올리는 상황에서 편의점업계 역시 이에 뒤쳐질 수 없다는 인식이 지배적"이라면서 "특히 편의점의 경우 여전히 다른 유통 채널보다 가격이 '더 비싸다'라는 인식이 강해 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있다"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편의점업계의 저가 경쟁 전략이 아직은 영업이익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정도의 수준은 아니라는 데 입을 모으지만,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 경우 장기적 관점의 지속 가능한 수익 창출에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주장을 제기하고 있다.

대형 편의점 업체의 한 간편식 분야 MD는 "국내 편의점 점포 수 자체가 포화된 상태에서 저가 상품 중심의 판매전략은 업체 측에서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가성비 경향에 맞춘 일부 상품의 변화는 필요하지만, 이러한 트렌드에만 의존하게 된다면 결국에는 영업이익과 상품 품질관리 측면에서 모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또 다른 업체의 비식품 분야 MD 역시 "편의점의 이른바 '박리다매' 판매 전략은 결국 영업이익 감소라는 늪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점주들 입장에서도 저렴한 PB 상품의 판매를 꺼리는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고물가 지속을 감안한 저가 상품 중심 판매전략의 불가피성을 인정하면서도, 이후의 여건에 대비한 '플랜 B' 또한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을 내놓는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저가 상품을 통한 마케팅의 최대 목적은 결국 소비자 집객 효과"라며 "가격 경쟁이 치열해지고, 상품 단가가 떨어질수록 소비자가 일시적으로 크게 몰리는 효과를 누릴 수 있지만, 이와 같은 추이가 실제 영업이익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높지 않다"고 짚었다.

그는 "결국 각 유통업체들은 상품 가격을 내리기 위해 비용은 비용대로 지출하고, 다음 할인 행사에서는 경쟁사보다 더 높은 할인률을 제시하기 위해 더 많은 비용을 써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경쟁구도가 수익성 제고에 긍정적인 도움이 될지는 미지수"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가급적 지출을 줄이려는 소비자를 유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겠지만, 경제환경이 긍적적으로 전환할 때에 대비한 다음 단계의 상품 판매전략도 준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 주요 경제단체의 전문가도 "'불황형 소비'에 맞춰 유통업계가 재편되고 있지만, 이러한 구조가 고착할 경우 결국 업체 모두가 가격 경쟁으로 인한 '제로섬 게임'에 빠지게 될 것"이라며 "이러한 구도가 계속된다면 기업은 영업 적자의 늪에서 벗어나기 더욱 힘들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제적으로 불황을 겪는 시기에 어떻게 지속 가능한 수익구조를 창출하고 유지할 수 있는지가 기업의 경쟁력"이라며 "유통업체들이 단기간의 매출 증대에만 집중할 것이 아니라, 변화하는 경제 여건에 맞춘 차세대 판매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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