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대 문명(황하·메소포타미아·이집트·인더스) 발상지의 하나인 중국은 예로부터 자신들이 세계 문명의 중심지라는 자부심이 엄청납니다. 나침반, 화약, 종이, 인쇄술 등 4대 발명품이 세계 역사와 기술의 발전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며 중국의 우수성을 자랑하곤 하죠. 때론 이런 중국의 주장은 문화적 우월성을 넘어 모든 면에서 자신들이 최고라는 그릇된 주장으로도 나타나기 마련인데요. 가령 동북공정 같은 것들이 대표적입니다. 만주 지역의 고구려, 발해 등의 역사도 자신들의 역사에 일부분이었다고 왜곡할 정도로, 한족 문화의 우수함을 강조하려다 보니 근거도 빈약한데 고집을 피우기도 하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실존 여부도 불분명한 역사 속 인물들을 기리는 점도 모두 중국이 다른 어느 나라보다 역사적으로 전통이 깊고 다양한 뿌리를 지니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려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최근 열린 '복희대전' 입니다. 복희는 '삼황오제'의 하나로 상나라 시대 조상신으로 꼽히는 인물입니다. 삼황오제는 중국 신화에 등장하는 제왕들로 세 명의 황과 다섯 명의 제를 말하는데요. 이들 여덟 명이 중국 문명의 시조로 추앙되며 중국에선 이를 신화가 아닌 역사로 추앙하고 있습니다. 그 중 삼황은 설에 따라 나뉘지만 태호 복희, 염제 신농, 황제 헌원을 가장 대표적으로 인정합니다. 복희는 그 중에도 첫 째로 뱀의 몸에 사람에 머리를 하고 있으며, 사람들에게 처음으로 사냥법과 불을 활용하는 법을 가르쳤다고 전해집니다. 아니 이렇게 중국에선 주장하고 있죠.

중국 북서쪽 간쑤성의 톈수이라는 도시는 이런 복희의 자취를 이어가는 도시입니다. 매년 '복희대전'을 열어 중국인들이 전설적 시조로 여기는 복희를 기리는데요. 톈수이에는 복희를 모신 사당 '복희묘'가 있는데, 이 곳은 이미 명나라 때인 1483~1484년 태호궁으로 이름 붙어 지어졌습니다. 전설 속 인물로 실존 인물이라는 근거도 없는 복희를 중국 고전에선 동양철학의 기본 원리 중 하나인 팔괘를 창안하고 문자를 처음 만들어 기록하고, 악기를 발명하고 음악과 노래를 지은 인물로 칭합니다. 그물을 만들거나 사냥을 하는 법을 통해 먹고 살 수 있게 했으며, 결혼 방식도 혈연 내에서 짝을 찾던 방법에서 족외혼으로 바꾼 인물이라고 하죠. 이런 상징성으로 인해 중국에선 복희를 '전 세계 화교의 조상'으로 모시고 '화하문명(한족의 황하문명)의 인문시조'라고 부르기도 하는데요.
톈수이에 위치한 8000년 전 신석기 유적인 '다디완 유적'은 화하문명의 기원지로 꼽힙니다. 이곳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신석기 유적으로 확인되고 있는데요. 탄소연대 측정 결과 7000년 이상 된 탄화된 기장도 확인돼 학계에선 톈수이를 중국 농업의 기원지 중 한 곳이 유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런 톈수이에서 매년 열리는 복희대전에 올해는 마잉주 전 대만 총통이 처음으로 참석해 "중화민족은 한 뿌리에서 나왔다"고 강조했습니다. 대만과는 '하나의 중국'을 언머 예전부터 쭈욱 하나였다는 의미죠. 실제로 복희대전은 톈수이시 정부가 주관하고 간쑤성 정부, 정국귀국화교연합회,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국무원 홍콩마카오사무판공실이 공동 주최합니다. 복희를 기리며 중화민족이 하나의 뿌리라는 점을 강조하는 행사가 열리는 6월에는 중국 본토는 물론 화교들이 전 세계에서 몰려들어 톈수이가 북적거릴 정도입니다.
복희처럼 중국 민족의 시조로 추앙받는 삼황의 하나인 '헌원'의 제사도 국가적 차원의 제례로 산시성 황릉에서 매년 청명절(4월 5일 전후)에 열립니다. 복희대전에 비해 행사의 규모는 작지만 그래도 중국 지방 정부가 주관할 정도로 중요도가 높고 역사적 고증이 잘 돼 있다는 평가를 받습니다.

정부에서 공식 제례를 지내는 인물로는 '공자'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매년 공자 탄신일(9월 28일)에 산둥성 취푸의 공묘에서 공자를 기리는 행사가 거행됩니다. '세계 유교 문화 축제'의 핵심 행사로 한국을 비롯한 유교 문화권의 국가에선 이 행사에 대거 참여하고 있습니다.
역사적 인물을 신격화 해 민간 신앙 중심의 축제로 기리는 행사들도 있습니다. 중국 곳곳에 가면 볼 수 있는 관우 사당을 볼 수 있는데요. 관우는 중국에서 '무성'으로 신격화되고 있습니다. 전국 곳곳에 관우를 모시는 사당이 즐비한데요. 특히 산시성 제저우 관제묘, 푸젠성 둥산다오 등이 대표적입니다. 관우 탄신일인 음력 5월 13일이나 춘제 기간 관우를 숭배하는 행사가 열리는데요. 이때 무술 퍼포먼스, 경극 공연 등이 진행됩니다.
중국에서 해상 수호신으로 숭배하는 마주도 음력 3월 23일인 탄신일과 9월 9일 승천일을 맞아 푸젠성 메이저우다오에서 마주 문화제를 열어 바다의 평화를 기원합니다. 마주제전에는 국내외 마주 신봉자들이 찾아와 향을 올리고 참배를 할 정도인데요.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도 등재됐고, 화교 사회와의 문화적 연결고리로도 작용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이런 역사속 또는 신화속 인물들을 기리는 행사를 통해 중화민족의 문화가 세계적으로 가장 오래됐고 우세하다고 말하고 싶은 것 같습니다. 이런 주장은 단지 인물 뿐만 아니라 우리 생활 속에서 접할 수 있는 것들도 포함되는데요. 최근 중국에서 와인에 대한 관심이 늘어나고 산둥성 옌타이 일대나 닝샤후이주자치구 인촨의 허란산 일대에 많은 와이너리가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들 와이너리 일부에선 중국이 포도로 만들었던 술이 사실상 현재의 와인의 시초격이라고 주장할 정도죠. 도가 지나치면 왜곡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알면서 그러는 것인지, 정말 몰라서 아니면 우리가 모르는 사실이어서 믿기지 않는 주장을 하는지 모르겠네요. 최근에는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보니 오히려 이런 행사들을 더욱 부각시켜 중국은 물론 전 세계에서 방문객을 끌어모으려는 경향도 적지 않아 보입니다. 복희씨를 기리는 제사에 대만 전 총통이 올 거라는 상상을 해 본 사람이 있는지 모르겠네요.

*김광수 특파원의 ‘중알중알’은 ‘중국을 알고 싶어? 중국을 알려줄게!’의 줄임말입니다. 중국에서 발생한 뉴스의 배경과 원인을 이해할 수 있도록 풍부한 경험을 토대로 중국의 특성을 쉽게 전달해 드립니다. 구독을 하시면 매주 금요일 유익한 중국 정보를 전달받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