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지는 공간과 인간의 관계를 주제로 한 단편 수록
도시와 사람 사이, 공간이 품은 관계의 의미를 재조명
[서울=뉴스핌] 오광수 문화전문기자 = 제22회 부산작가상을 수상한 오선영의 소설집 '스페이스 월드'(교유서가)가 출간됐다. 소설 '스페이스 월드'는 사라지는 장소와 그 자리에 남은 인간의 정서를 탐구하는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재개발로 철거되는 동네, 이주한 사람들의 흔적, 관계가 끊긴 집들 속에서 오선영은 "공간은 결국 사람이 머물며 살아온 시간의 총합"이라는 믿음을 그려낸다. 작가는 사소한 일상과 구체적인 기억을 통해 '장소가 인간을 만든다'는 서사를 세밀하게 보여준다.

소설집 '스페이스 월드'에는 일곱 편의 단편이 실렸다. 작품들은 모두 '공간'이라는 공통된 주제 아래,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사람들의 삶과 관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보여준다. '어니언마켓', '카페인 랩소디', '발령의 조건'은 일상적인 공간에서 드러나는 현실적 문제들을 다룬다. '안평'은 재개발 지역에 머무는 여성을 통해 낡은 집이 투기와 갈등의 대상이 되는 현실을 그리며, '스페이스 월드'는 사라진 테마파크의 기억을 따라가며 공간의 소멸과 인간의 기억을 교차시킨다. 두 작품은 '장소가 사라지는 시대에 인간은 어디에 머무를 수 있는가?'라는 공통된 질문을 던진다.
돌봄의 문제로 시선을 넓힌 작품들도 수록되어 있다. '아직 오지 않은 말'은 부녀 관계 속 감정의 변화, '유치보관함'은 혈연을 넘어선 가족의 의미, '임시 보호자'는 사회 제도 밖에서 형성되는 돌봄의 형태를 다룬다.
'스페이스 월드'의 인물들은 모두 '어딘가를 잃고, 어딘가를 떠나며, 어딘가에 머무는 사람들'이다. 오선영은 그들의 사소한 일상을 통해 공간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존재의 좌표'임을 증명한다. 도시와 지역, 가족과 공동체를 잇는 다양한 인간 군상을 통해 변화하는 한국 사회의 단면을 보여준다. 작가의 문체는 단정하면서도 섬세하다. 일상의 단면을 확대경처럼 들여다보며, 그 안에서 잊힌 감정의 결을 되살린다. oks3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