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아침을 여는 시] 안개꽃-정군수

2025-10-19

화려한 꽃그림자에 가려

한 번도 사랑을 받지 못한 여인

너를 찾아 길을 잃었을 때

푸른 산자락이나 강물을 끄을고

너는 아슬하게 손짓한다

은하의 입자들이 모여서 되었기에

너의 눈은 언제나 젖어있다.

내 사랑 부족하여 너를 가두려 해도

너는 어디에도 있고 어디에도 없다

너를 부르면 달려올 것 같아도

투명한 나신이 되어 숨는다

껴안으면 스러지는 여인

한 번도 입술을 주지 않은 꽃

꽃바구니 변두리에서 나는

안개가 몰려오는 새벽을 기다린다

△「안개꽃」은 마치 보이지 않는 사람의 그림자처럼 다가온다. 겉으로는 화려한 세상 속에서 잊힌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존재의 쓸쓸함과 그리움, 그리고 그 존재를 끝내 포기하지 못하고 기다리는 조용한 헌신과 애틋함이 가슴 깊이 스민다, 꽃은 드러나지 않지만 곁을 채우는 존재처럼 그리움도 사랑도 그렇게 조용히, 그러나 깊게 살아 있음을 말해준다. 사랑한다는 말도 작게, 아주 작게 숨어서 고백하는 아름다운 여인이다. “껴안으면 스러지는 여인”으로 화자의 기억 속에 살고 있을 꽃그림자였을 것이다./ 시인 이소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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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쓸함 #그리움 #존재 #헌신

기고 gigo@jjan.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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