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산군의 애끓는 효심이 담긴 서울 시내 사찰은 어디?

2025-10-19

최근 종영한 <폭군의 셰프>(TVN)는 연산군을 모티브로 한 드라마다. 그동안 연산군 이야기는 드라마나 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의 소재로 활용되어 왔다. 자기파괴적인 희대의 폭군, 광기에 휩쓸린 폭정은 생모인 폐비 윤씨의 비극과도 연관이 있다. 물론 결과를 정당화할 순 없지만 울분과 그리움이 만든 상처와 무관하다고도 할 수 없다.

어머니를 향한 그의 애끓는 마음과 효심이 담긴 장소가 서울 시내에 있다. 동대문구 회기동에 있는 사찰 연화사다. 연산군이 폐비 윤씨의 명복을 빌기 위해 1499년 세웠다. 꽤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데다 대학가에 자리잡고 있어 사람들의 발길이 잦은 곳이지만 이 사찰과 연산군의 연관성은 널리 알려지지 않았다. 원래는 연화사 옆에 폐비윤씨의 무덤인 회묘도 함께 있었으나 1969년 경기 고양시 서삼릉으로 이전했다. 바로 옆에 있던 경희대가 확장되면서다.

폐비 윤씨는 연산군 생전 제헌왕후로 추존되었으나 중종반정이 일어나면서 다시 폐비로 강등됐다. 이 때문에 그의 넋을 기린다는 창건 취지는 오랫동안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500여년의 세월이 흐른 뒤 본격적인 해원(解冤)에 나선 이는 연화사 주지이자 현 조계종 총무원 기획실장 묘장 스님이다. 묘장 스님은 2005년 주지로 부임하면서 해마다 음력 8월16일, 즉 추석 다음날에 폐비 윤씨를 위한 천도재를 지내오고 있다. 현재는 폐비 윤씨의 문중인 함안 윤씨 후손들도 매년 천도재에 물심 양면으로 참여하고 있다. 묘장 스님은 “문헌과 사료를 찾아보니 한가위 바로 다음날 사약을 받으셨더라”면서 “연산군에 의해 복권됐던 ‘제헌왕후’라는 시호로 위패를 봉안하고 재를 올린다”고 설명했다. 스님은 이어 “조선시대에 정변, 사화 등을 거치면서 희생됐던 많은 인물들은 대부분 후대에 복권됐지만 폐비 윤씨는 중종반정으로 시호가 삭탈된 채 조선왕조가 끝나버려 복권시킬 주체마저도 사라졌다”면서 “제헌왕후라는 시호로 재를 지내는 것도 억울함을 위로하기 위함이다”고 덧붙였다.

연화사에서는 이번 추석에도 며칠 전부터 사찰 앞에 ‘제헌왕후 윤씨 543주기 다례’라고 쓴 플래카드를 내걸고 신도와 방문객들을 맞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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