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운 김철수 8’
- 이용범 시인
해방이 된 이틀 후
공주감옥소 나와 고향에 왔습니다
그리운 흙 밟자마자
곧 상경했습니다
남과 북은
미국과 소련
우와 좌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앞날이
꿈에 본 조국이 아니었습니다
좌우 수습을 위해 사회노동당 창당에 나섰지만
뜻 이루지 못했습니다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고향에 내려와
꽃과 나무와 새
땅과
이웃들을 사랑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었습니다.
<해설>
이 시는 독립운동가 김철수(金錣洙, 1893-1986)의 생애 중 해방 이후의 올곧은 생애를 다루고 있습니다.
지운은 전북 부안군 백산면 원천리에서 태어나 사회주의 운동 사상 최초의 비밀결사 ‘사회혁명당’을 조직한 독립운동과 통일 운동에 헌신했습니다. 한국의 사회주의 독립운동사에서 이동휘, 여운형과 어깨를 견줄 정도의 1세대 독립운동가였고, 해방 후에는 미국 소련 두 나라의 영향력으로 갈라지는 조국을 안타깝게 여겨 통일 운동에 헌신했습니다.
해방으로 공주감옥에서 나온 지운은 “그리운 흙 밟자마자/ 곧 상경”하게 됩니다. 선각자 지운은 남과 북이 미국과 소련의 좌우익 소용돌이에 휘말려 조국의 분단을 이미 예견했기 때문입니다.
지운은 이를 수습하기 위해 사회노동당 창당에 나섰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분단이 되었고, 정계 은퇴를 선언하고 고향에 내려와 “이웃을 사랑하며/ 새로운 시작을 꿈꾸다가” 생을 마감했습니다. 그가 우려했던 대로 6.25는 250만 명이 사망하는 동족상잔의 비극적인 전투 끝에 다시 분단되었습니다.
지난 10월16일 서대문형무소 역사관에서 지운의 업적을 기리는 <김철수기념사업회> 창립총회가 열렸습니다. 뜻있는 사람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강민숙 <시인, 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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