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안정보험 미가입 품목 사각지대 발생 우려…“다양한 정책수단 함께 짜야”

2024-07-01

농가경영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정부가 대안으로 낙점한 ‘수입안정보험 확대’ 카드는 시간이 지날수록 한계를 하나둘 노출하는 모양새다. 정부가 수입안정보험 외에 다양한 정책수단을 조합해 진정한 의미의 농가경영 ‘안전망’을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취약한 농가경영문제는 2021년산 쌀값 폭락 사태를 계기로 농업계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뒤 지금까지 해답 없는 난제로 남아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엔 벼랑 끝에 선 농가경영을 보여주는 지표도 속속 확인되고 있다.

1일 임미애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에 따르면, 지난해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농신보)의 대위변제율이 2.3%(4074억원)로 집계됐다. 2022년 1.7%(2902억원)보다 눈에 띄게 상승한 수치다. 대위변제율은 경영 악화로 상환능력을 상실한 농가의 채무를 보증기관이 대신 갚아주는 금액의 비율이다. 임 의원은 “대위변제율 상승은 영농비용과 대출금리 상승으로 빚을 갚지 못하는 농가가 늘어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밝혔다.

정부도 대안 마련에 손을 놓진 않았지만 속도가 더뎌 문제다. 농림축산식품부가 농가경영 안전망을 구축하겠다면서 그 핵심으로 내세우는 건 ‘수입안정보험’이다. 수입안정보험은 정부가 보험료 50%를 지원하는 정책보험으로, 가격과 생산량 하락에 모두 대응 가능한 수단이다. 농가 수입(실제 수확량×수확기 가격)과 기준 수입(개별 농가의 5개년 평균 수확량×품목별 시장가격의 5개년 절사평균)의 차이를 일부 보장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최근 농식품부는 시범사업인 수입안정보험을 내년에 본사업으로 전환해 ‘전면’ 도입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농식품부 구상을 보면 전면이라는 표현을 쓰기엔 초라한 수준이다. 현재까지 확인되는 농식품부 계획은 올해 9개인 대상 품목을 내년에 15개 안팎으로 확대하고, 올해 9개 품목 중 일부에 대해선 전국 단위 가입을 추진한다는 정도가 전부다. 농식품부는 장기적으로 우리 농림업 생산액의 80%를 차지하는 30개 품목까지 대상을 늘린다는 계획이지만 구체적인 시점도 밝히지 못할 만큼 로드맵이 흐릿하다.

이에 대해 한 농민단체 관계자는 “농식품부가 ‘양곡관리법’ 폐기 대안으로 지난해 4월 내놓은 게 ‘수입안정보험 확대’ 아니냐”면서 “이후 1년이 넘게 지났는데 품목 일부 확대 정도의 계획만 제시한 건 의지 부족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시범사업 과정에서 드러난 수확량 파악 방식의 한계, 낮은 기준가격 등의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사업 확대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정원호 부산대학교 식품자원경제학과 교수는 “기준가격에 물가·생산비 등을 반영하는 문제, 농가가 소득을 자발적으로 공개하면 인센티브를 주는 문제 등을 더 고민해 보험 재설계, 도상연습 등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했다.

최근 제기되는 또 하나의 문제는 ‘역선택’이다. 품목별 시장가격을 단일 기준가격으로 활용하다 보니 전문적으로 영농을 하면서 통상 시장가격 이상으로 농산물을 판매하는 농가는 보험 가입 유인이 떨어지는 반면 영농환경이 열악한 중소농가의 가입은 늘어 장기적으로 보험재정이 악화할 수 있다.

임정빈 서울대학교 농경제사회학부 교수는 “이는 농가와 보험 운용 주체 간 정보 비대칭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라면서 “이를 해결하려면 농가별 영농 정보를 체계적으로 파악한 뒤 보험상품을 차등화해 설계해야 하는데 현재는 그런 기반이 갖춰지지 못한 상황”이라고 했다.

무엇보다 수입안정보험 확대가 정부가 표방하는 ‘한국형 소득·경영 안전망’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크다. 주요 농업 선진국은 다양한 제도를 그물망처럼 엮어 농가가 경영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다층적으로 보호하는 반면, 정책보험 확대를 골자로 한 우리 정부의 구상에서는 보험 미대상 품목, 보험 미가입 농가 등을 중심으로 언제든 사각지대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임 교수는 “수입안정보험은 하나의 수단일 뿐 그것만으로 안전망을 구성한다고 보기 어렵다”면서 “더구나 보험 확대엔 불가피하게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만큼 미국의 가격손실보상제도(PLC) 등을 포함해 다양한 대안을 함께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입안정보험

재해나 가격 하락에 따른 농가의 경영 위험에 대응해 평년 수입(收入)의 일정 수준을 보장해주는 정책보험. 2015년 3개 품목으로 시작해 현재 9개 품목에서 시범사업을 하는 중이다. 당초 수입보장보험이라는 이름으로 운용됐는데 최근 농가경영을 ‘안정화’한다는 의미에 주안점을 둔 ‘수입안정보험’으로 명칭이 바뀌었다.

양석훈 기자 shakun@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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