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콘텐츠가 글로벌 자본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고 있습니다. 엔터테인먼트뿐만 아니라 뷰티·푸드·바이오 기업까지 글로벌 투자자가 먼저 나스닥 상장을 제안할 정도입니다.”
김기록 삼일회계법인 글로벌 IPO 전담팀 리더는 9일 서울 용산구 삼일PwC 본사에서 서울경제와 인터뷰를 통해 국내 콘텐츠 기업의 가능성을 높게 쳤다. 최근에는 K-콘텐츠 연합체인 케이웨이브미디어의 나스닥 상장을 도왔다. 김 리더는 “국내 엔터 업계 첫 나스닥 상장 사례”라며 “전 세계적인 K-콘텐츠 인기가 상장 원동력이 됐다”고 설명했다.
케이웨이브미디어는 ‘천만 영화’인 서울의봄과 파묘 등에 투자한 벤처캐피탈(VC) 쏠레어파트너스 주축으로 설립됐다. 영화 제작사 등 6곳(택시운전사 제작사 더램프·승리호 제작사 비단길·아이돌 팬덤 굿즈 업체 플레이컴퍼니 등)이 결합해 나스닥 상장을 이뤄냈다. 변지훈 케이웨이브미디어 경영지원본부장(CAO)은 “지난 연말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로부터 스팩(기업인수목적회사) 합병 승인을 받아 다음달 ‘KWM’이라는 종목코드로 거래된다”며 “기업가치는 5억 9000만 달러(약 7700억 원)로 평가받았다”고 설명했다.
K-콘텐츠가 전세계적인 인기를 끌며 다른 업종에서도 해외 상장으로 ‘몸값을 제대로 평가받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김 리더는 “K-뷰티·푸드·바이오 기업들의 문의가 많다”며 “기업 규모가 작은 경우엔 케이웨이브미디어처럼 시너지가 있는 기업들을 묶어 상장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만 “스팩 합병의 경우 스폰서 지분 20% 정도를 할애해야 하는 만큼, 기업 규모가 큰 경우엔 직상장이 더 유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K-뷰티 기업에 대한 해외 투자자의 관심이 뜨겁다. 강찬휘 글로벌 IPO 전담팀 파트너는 “미국 투자자들이 K-뷰티에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개별 상장이나 스팩 합병 등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전했다. 그는 “K-뷰티 기업들의 기업가치가 워낙 높아 단독으로 직상장을 추진할 수 있는 곳도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상장을 준비하는 기업들은 충분한 시간을 두고 준비해야 한다는 조언이다. 김 리더는 “많은 기업 경영진이 1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최소 2년이 필요하다”며 “미국 회계기준에 맞춘 재무제표 작성과 함께 기업지배구조와 내부통제 시스템도 선제적으로 구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해외 상장에 대한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과 관련해서는 “오히려 해외 자금이 국내로 유입되고 국내 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만들어질 수 있다”며 “한국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면 외국인의 국내 투자 관심도 커져 국내 증시 활성화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