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초강력 관세폭탄 예고에 중국 ‘8대 방어 카드’ 만지작

2025-01-14

다른 나라 같으면 60% 보복관세를 맞는다고 하면 주가가 대폭락하고 온 나라가 대응책 마련에 야단법석일 것이다. 그런데 적어도 표면상으로 중국은 무덤덤하다. 중국이 도널드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폭탄 예고에 태연자약한 이유는 두 가지다.

첫째, 경험이 최고의 스승이다. 트럼프 1기 정부 시절에 25% 보복관세를 적용하고, 화웨이(華爲)를 비롯한 통신기업들과 SMIC 등 반도체 기업들이 제재를 받았다. 하지만 4년이 지난 지금 중국의 대미 무역 흑자는 오히려 늘어났고, 제재를 받은 화웨이와 SMIC는 좌초하기는커녕 멀쩡하게 살아 있다.

미국 협박에도 중국은 무덤덤

맞불 관세, 환율절하 카드 쓸 듯

미국기업 제재, 내수 확대 올인

둘째, 미국의 적은 미국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월마트 효과’와 ‘애플 효과’를 보면 안다. 미국 슈퍼마켓 업체인 월마트에서 파는 공산품의 원산지를 보면 60%가 중국산이다. 보복관세 60%를 때리면 중국의 대미 수출은 불가능하겠지만, 당장 미국 인구 3억2000만 명이 매일 쓰는 일상용품을 최저 가격으로 공급해줄 대체 공급선이 보이지 않는다. 고율 관세가 중국을 잡을 수는 있어도 이것이 부메랑으로 미국 소비자 물가를 올리는 자충수가 될 수 있다.

관세 올려 물가 오르면 미국 자충수

미국 1위인 애플의 스마트폰은 95% 이상이 여전히 중국에서 생산된다. 중국이 미국의 고율 관세에 맞서 애플의 중국 공장을 제재하면 애플의 제품 공급에 차질이 생길 거다. 그 순간 나스닥 시총 1위 기업의 주가가 타격받으면 미국 증시에 가져올 파장은 가늠하기 어렵다.

미국이 휘두르는 ‘관세의 창(槍)’에 맞서는 중국은 8가지 방패(防牌·방어 카드)를 준비하고 있다. ①관세 인상 맞불 작전을 쓰고, ②환율 절하로 관세를 상계하고 수출환급금 확대로 관세 효과를 완화한다. ③지난 12월 중국이 반도체산업에 사용되는 갈륨·게르마늄의 수출을 통제한 것처럼 희토류 등 핵심광물의 수출을 통제해 미국의 첨단산업에 충격을 준다. ④수출 부진을 만회할 내수 확대에 올인한다. 정부보조금, 세금감면, 현금쿠폰, 국산제품 우선구매 등의 패키지 정책을 실시한다. ⑤중국에 진출한 미국기업을 제재한다. 중국에 진출한 애플·테슬라·퀄컴·스타벅스·월마트·맥도날드를 제재한다. 중국은 미국 시총 1위 업체인 애플, 전기차 1위 업체인 테슬라를 제재하는 순간 미국 증시를 폭락시킬 수 있다고 본다. ⑥유럽·한국·일본 등 미국 아닌 국가의 기업을 우대한다. ⑦우회 수출기지를 개척한다. 기존에는 멕시코를 통해 우회 수출했다면 앞으로는 중남미·아세안·유럽을 통해 새로운 우회로를 만든다. ⑧중국의 일대일로(一帶一路) 참여국, 글로벌 사우스(Global South) 국가들, 역내포괄적경제동반자협정(RCEP) 국가들로 수출을 확대해 대미 수출 감소를 벌충한다.

중국의 대미 무역 비중 많이 줄어

2000년에 중국의 대미 수출 비중은 21%였는데 2024년 10월 누계로는 15%로 줄었다. 2024년 기준 중국의 수출이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9.6%다. 만약 미국의 60% 보복관세로 중국의 대미 수출이 제로(0)가 된다면 중국 GDP(2023년 5.2%)는 2.9%포인트 하락할 수 있다.

중국은 대미 수출 감소에 따른 충격을 내수 활성화와 미국 이외 지역으로 수출선을 다변화해 풀 수 있다. 2023년 중국 GDP에서 소비 비중이 56%였으니, 소비를 5%포인트만 늘리면 GDP가 2.8% 포인트 증가한다. 따라서 미국의 대중 수출 보복관세로 인한 수출 감소가 중국경제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난해 12월 12일 중앙경제공작회의에서 올해 중국은 역대 최대 규모의 재정금융 정책으로 내수 확대에 올인하겠다고 발표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입장에서 보면 미국의 무역 공격보다 14억 인민의 시선이 더 두렵게 느껴질 것 같다. 미국의 압박에 굴복한다는 인상을 주면 안 되기 때문이다. 트럼프도 중국을 때리는 데 관세를 무기로 쓰지만, 중국이 맞불을 놓으면 미·중 모두 내상이 클 것이다.

한국은 중국에서 자원과 부품을 수입해 가공한 뒤 미국에 파는 구조다. 미국이 대중 수출을 통제하고 중국이 자원을 통제하면 한국은 양쪽에서 타격을 받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외국인이 계속 순매도하는 것은 미·중 무역 전쟁의 대표적 희생양이 한국이라 보기 때문이다.

‘닭을 죽여 원숭이에게 경고한다(殺鷄儆?)’는 고사성어가 있다. ‘변칙 복서’인 트럼프는 중국을 바로 때리는 정공법이 아니라 중국을 잡기 위해 캐나다와 멕시코를 ‘닭’으로 쓰고 있다. 트럼프는 취임도 하기 전에 미국의 이웃인 캐나다와 멕시코에 중국과 같은 25%의 보복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엄포를 놓았다.

한국은 공급망 사수에 목숨 걸어야

아시아에서는 중국이 미국을 길들이기 위해 한국을 ‘닭’으로 이용할 가능성이 농후하다. 반도체와 배터리를 미국에 수출해 무역흑자를 내는 한국은 반도체 소재의 40%, 배터리 소재의 80% 이상을 중국에서 수입한다. 미국의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와 배터리 소재의 수출을 줄여 미국의 정보기술(IT)기업과 전기차에 치명적 영향을 발생시켜 미국을 길들이려 할 수 있다.

한국은 느닷없는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 선포로 정치판이 야단법석이지만, 변칙복서인 트럼프와 코드 맞추기 타이밍을 놓치면 ‘트럼프 스톰’을 피하기 어려워진다.

거래에 능한 트럼프의 대중 관세 폭탄 카드를 액면으로만 보면 자칫 한국이 실수할 수 있다. 역대 최대인 한국의 대미 흑자는 미국산 석유든 무기든 신속히 대량으로 구매해 무역흑자를 줄여야 한다. 한국 입장에서 중국은 원자재 공급망의 생명선이니 중동처럼 관리해야 한다. 트럼프 2기의 미·중 무역 전쟁에서 한국이 트럼프와 시진핑의 ‘닭’으로 전락할 위기를 반드시 피해야 한다. 기술은 미국에 의존하고 소재와 시장은 중국에 의존하는 한국의 입장에서 양다리 걸치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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