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시대 강인한 여성 지도자를 상징하는 ‘원화’가 지금 시대를 살아간다면 이런 모습일까. 블랙핑크 제니가 솔로 신곡 ‘ZEN’ 뮤직비디오를 통해 신라시대 복식부터 장신구, 머리 모양까지 한국 전통의 아름다움을 재조명한 모습으로 등장했다.
전통적 요소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화려한 스타일링을 더하면서 한국적인 아름다움이 의복을 넘어 예술작품으로 승화됐다. K-POP(케이팝·한국음악)이 세계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큰 가운데, 제니의 이런 변신은 세련되고 세계적인 방식으로 우리 문화를 풀어낸 주요 사례로 손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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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 제목인 ‘ZEN’(젠, 禅) 역시 깊이를 더한다. 불교의 선(禪) 사상인 젠은 명상과 깨달음을 통해 내면의 평온을 얻고 고요한 경지에 이른 상태다. 또 젠은 ‘제니’(Jennie)의 영어 발음과 비슷해 철학적인 의미와 함께 자신의 정체성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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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의 강인한 여성상…‘원화’가 된 제니=의상디자인을 맡은 한국브랜드 ‘르쥬’(LEJE)가 “원화가 된 제니를 상상하며 디자인했다”고 밝혔을 만큼 이번 뮤직비디오에선 강력한 리더십과 아름다움을 갖춘 여성의 상징인 ‘원화’(元花)가 중요 소재로 쓰였다.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보면 ‘원화’는 신라시대 청소년 수련단체인 ‘화랑’의 전신이다. 또 ‘원화’는 화랑의 수장을 의미하기도 하는데 여성이 그 역할을 맡았다. 당시 원화는 종교적 의례를 수행했을 만큼 지위가 높았고 정치적인 영향력도 상당했다. 제니의 이번 콘셉트는 이런 원화의 카리스마를 현대적으로 재창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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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라 ‘금관’ 영감받은 화려한 상의…수작업으로 탄생=특히 이번 스타일링에서 눈에 띄는 것은 화려한 상의다. 전통 투각문 양식과 신라 ‘금관’ 장식에서 영감을 받았는데, 디자이너가 금속 장식인 영락 1000여 개를 직접 손으로 달았다고 한다. 또 비상하는 ‘주작’의 아름다움을 표현하면서 우아함과 강인함을 동시에 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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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중앙박물관 자료를 보면 신라 금관은 화려하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다. 나뭇가지·사슴뿔 모양 등 장식 표면에 비취, 곡옥, 영락 등을 배열했다. 특히 금관은 왕과 귀족의 권위를 드러내는 대표적인 장신구이자, 신라시대를 대표하는 유물 중 하나로 독보적인 상징성을 가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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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머리’ 스타일에 머리 장신구 ‘떨잠’까지=조선시대 상류층 여성의 머리모양인 ‘어여머리’를 연상케 하는 헤어스타일도 돋보인다. 웨이브를 더하고 둥글게 말아 올리는 등 현대적으로 변형된 형태이나, 앞가르마를 타고 양쪽으로 땋아 올린 모습이 어여머리와 유사하다. 양쪽에 머리 장식인 ‘떨잠’을 꽂은 것 역시 인상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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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담한 디자인으로 재해석한 ‘살창고쟁이’=하의는 한국 전통 복식인 ‘살창고쟁이’를 대담한 컷팅과 볼륨 있는 디자인으로 표현했다. 여자 속바지의 일종인 살창고쟁이는 본래 통풍을 위해 허리 부분에 구멍이 숭숭 나 있는데, 제니 의상에선 좀 더 과감하게 변형해 디자인한 것이다. 여기에 신라 금관에서 따온 금속과 곡옥 장식을 더해 완성도를 높였다.
이처럼 제니는 현대적인 감각으로 풀어낸 한국 복식과 장신구 등을 소화하며 독보적인 매력을 드러냈다. 또 우리 전통적 요소를 글로벌 시장에 내놓으면서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란 말을 실감케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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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은혜 기자 ehkim@nongmi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