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진단: 12·3 비상계엄
무모한 12·3 비상계엄은 실패로 돌아갔다. 스스로 무덤을 판 윤석열 대통령은 '내란 수괴'로 수사 대상에 올랐다. 갑작스런 비상계엄 파동에 동원된 장병들의 트라우마가 심상치 않다고 한다. 특히 심야에 헬기를 타고 국회에 진입한 특수전사령부(특전사) 대원들의 자괴감이 크다. 특전사에서 소령과 대령 시절 근무하고 사령관까지 역임한 전인범(66) 예비역 중장을 만나 이번 계엄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어봤다.
3일 밤 집에서 글 쓰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긴급 담화한다를 한다는 얘기가 들려 TV를 켰다. 갑자기 '계엄을 선포합니다'라고 하길래 처음엔 가짜 뉴스인 줄 알았다. 그런데 화면에 '계엄 선포' 자막이 뜨더라. 41년 전 아웅산 테러 현장에서 당했던 트라우마급 충격이 뒤통수를 때리고 눈앞이 하얘졌다. 이어 군인들이 국회에 진입하는 모습이 나오는데, 특전사 대원들이었다.
'나라도 가서 말려야겠다' 싶어 옷을 입는데 가족들이 말렸다. 그러는 사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계엄은 잘못된 거다. 국민과 막겠다'고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계엄이 정권 전체의 뜻은 아니구나.'
TV로 현장을 지켜봤는데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 이어져 뜬눈으로 밤을 새웠다. 정치로 풀어야 할 문제에 군을 끌어들인 점에서 명백한 위헌이고 불법이었다. 특히 특전사가 동원된 데 대해 전 특전사령관으로서 비참했다. 다행스러운 건 우리 군이 맹목적인 군이 아니라 생각하는 군이란 점이었다. 국민에 총부리를 대면 절대 안 된다는 의식이 뿌리 박혀 있다는 사실이 이번에 확인됐다.
이번 계엄은 불법적인 데다 준비도 주먹구구여서 여러 명 죽을 수 있는 위험을 자초했다. 인명 피해가 안 난 게 천만다행이었다.
우선 한밤중에 불빛 환한 서울시 상공을 헬기 3대가 날아 50분 만에 국회에 내리도록 한 것은 위험한 처사였다. 심야에 고층빌딩이나 전깃줄 같은 장애물이 많은 도시 상공에 헬기를 띄운 것부터 위험천만. 착륙도 국회 운동장에 했는데 무슨 장애물이 있을지 몰라 착륙하면 안 되는 곳이다. 당장 축구 골대가 보이던데, 착륙 순간 무너졌으면 대형 사고 났을 거다.
밤에는 조종사가 야간투시경을 쓰고 하는데, 의사당에 불이 켜져 있으니 역광 때문에 시야가 가려져 헬기끼리 충돌할 우려도 있었다. 그날 밤 국회에 군인 300명이 투입됐다는데 단 한 명이라도 정신 상태가 불안정한 이가 있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