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암살 지시에 가짜수표까지…탄핵위기 몰린 두테르테 딸 [세계한잔]

2025-01-03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전 대통령의 장녀인 사라 두테르테(47) 부통령이 최근 탄핵 위기에 몰렸다. 지난달 4일 필리핀 국회의원들과 시민단체, 성직자 등이 두테르테 부통령 탄핵 소송을 제기하면서다.

이들이 탄핵 소송에 나선 이유는 부통령이 페르디난드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영부인 등을 상대로 살해 위협을 했고, 부패 의혹도 일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부통령이 연루된 '엉터리 수표 스캔들'이 터지면서 국민적인 공분을 사게 됐다고 한다.

지난달 필리핀 감사원은 두테르테 부통령이 교육부 장관을 겸직하던 2022~2023년에 부통령실과 교육부가 사용처를 밝히지 않은 '비밀 자금'으로 6억1250만 필리핀 페소(약 155억원)를 썼다고 발표했다. 부통령실과 교육부는 이 기간에 수 백명 앞으로 거액의 수표를 발급했다.

문제는 수표를 받는 당사자의 이름이었다. 조사관들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수표에는) 식·음료 브랜드와 사람 이름이 엉터리로 조합된 가명이 쓰여 있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수표엔 '치피(옥수수 칩) 맥도날드', '카를로스 미구엘 오이시(과자 브랜드)' 등 가짜 이름이 적혀 있었다. 현지 매체인 마닐라 스탠더드에 따르면 이런 가짜 이름 중에는 '페르난도 덴푸라(일본의 튀김 요리)'도 있었다.

필리핀 통계청에 따르면 수표와 관련된 677명 중 405명은 실존 인물인지를 뒷받침하는 기록이나 출생확인서가 전혀 없었다. 이와 관련, 부통령 탄핵소추안에는 "부통령의 막대한 재산이 어떻게 형성됐는지 설명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는 내용이 담겼다. 부통령 측이 가짜 수표를 발행해 거액의 뒷돈을 챙겼다는 게 탄핵을 주도한 이들의 주장이다.

이와 관련, 부통령 측은 자금을 어떻게 썼고 누구에게 수표를 전달했는지 등 자세한 내용을 공개하길 거부했다. 이에 필리핀 야권 진보정당연합인 마카바얀 관계자는 SCMP에 "부통령 측은 자금 사용처를 묻는 정당한 질문에 투명하게 대응하지 않고 위협과 협박을 했다"며 "심지어 이들은 비판자들을 '빨갱이', '테러리스트'로 몰아붙였다"고 말했다.

경호원에 "나 죽으면 대통령 암살하라"

현직 대통령에 대한 살해 위협도 부통령 탄핵 사유 중 하나다. A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부통령은 "내가 살해되면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을 암살하라"고 자신의 경호원에게 지시했다. 탄핵 소송을 제기한 이들은 통신에 "대통령에 대한 살해 위협은 국민의 신뢰에 대한 배신이고 즉각적인 탄핵을 정당화할 수 있는 중범죄"라고 꼬집었다.

사라 두테르테는 2007년 필리핀 남부 도시 다바오 시장이던 아버지 로드리고 두테르테 밑에서 부시장직을 맡으며 정치가가 됐다. 2010년엔 다바오시 최초로 여성 시장이 됐다.

필리핀 정계를 대표하는 두 가문 출신인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과 두테르테 부통령은 2022년 대선에서 러닝메이트를 이루며 집권에 성공했다. 그러나 두 가문은 친중(두테르테)·친미(마르코스) 등 외교 노선을 두고 대립했다. 급기야 개헌 추진 등으로 갈등이 깊어지며 결국 둘의 동맹은 깨졌다.

부통령 탄핵소추안은 마르코스 주니어 대통령의 사촌이자 우군인 페르디난드 마틴 로무알데스 하원의장이 주도하는 의회에서 검토된다. 의회는 지난달 20일 크리스마스 휴회에 들어갔으며 이달 13일 다시 열린다. 다만 오는 5월 필리핀에서 중간 선거가 열리기 때문에 실제 탄핵 소추 일정이 시작되기까지는 몇 개월이 더 걸릴 전망이다.

Menu

Kollo 를 통해 내 지역 속보, 범죄 뉴스, 비즈니스 뉴스, 스포츠 업데이트 및 한국 헤드라인을 휴대폰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