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직방은 국내 대표적인 부동산 기술 스타트업이다. 지난 2010년 문을 연 이래 지금까지 약 3630억여 원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일찌감치 유니콘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앱에서 쉽게 부동산 매물을 알아보도록 부동산 플랫폼을 열었다는 점에서 큰 호응을 얻었는데, 그 직방이 요즘 다소 조용하다. 직방은 지금 어떤 계절을 보내고 있을까?
11일 <바이라인네트워크>가 취재한 바에 따르면, 직방은 지난해 12월 월간 흑자전환을 달성했다. 삼성SDS 홈 IoT 사업부의 인수와 함께 직방에 합류한 인원 중 일부가 퇴사하는 등 구조조정과 조직개편으로 인해 인건비가 줄어든 것이 흑자전환의 가장 큰 이유로 알려졌다. 다만, 직방은 아직 지난해 손익을 담은 재무제표를 공개하진 않았다. 비상장기업은 재무제표를 4월에 제출한다. 구조조정과 관련해서 직방 관계자는 “지속가능한 사업구조를 만들기 위해 조직 구조를 일부 개편한 바는 있다”라고 설명했다.
직방의 매출 흐름
직방이 돈을 많이 벌었는지, 잘 성장하고 있는지 여부는 투자업계에서도 관심사다. 국내 유력 벤처투자사 상당 수가 직방에 돈을 넣었다. 이 말은, 투자사 다수가 투자금에 대한 수익실현을 원하고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직방이 영업익 개선을 통한 기업가치 제고 압박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관련 업계에서는 직방이 조직개편과 비즈니스 모델 확장 등으로 올 상반기께는 흑자를 만들어 낼 거라 예상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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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고 직방의 재무 개선이 구조조정으로 인한 것만은 아니다. 먼저 매출 흐름을 보자. 2021년부터 2023년까지, 지난 3년간 직방의 매출 흐름은 꾸준히 나아지고 있다. 2021년 직방의 매출은 558억원 수준이었으나, 2023년에는 1200억원으로 두 배 넘게 뛰어올랐다.

매출을 견인한 것은 2023년 들어 새롭게 생겨난 카테고리, ‘상품 매출’이다. 상품매출로 기존에는 없던 510억원의 추가 수익이 생겼다. 직방에 불어온 변화는 홈IoT 사업 진출이다. 직방은 지난 2022년 7월, 삼성SDS의 홈IoT 사업부를 양수 완료했다. 그간 삼성 홈IoT사업부에서 만들어온 도어락 등의 제품 판매와 용역 매출 역시 이후 직방에서 가져왔다.
홈IoT 사업은 직방에 영업손실 증가를 동시에 가져오기도 했다. 직방은 2023년 37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는데, 여기에는 삼성SDS 홈IoT 사업부문 인수 후 통합 과정에서 발생한 감가상각 등이 반영됐다. 다만, 해당 손실은 일시적인 것이고, 손실 폭보다는 매출이 늘어난 폭이 더 컸다. 매출액 대비 영업손실 비중은 31%로, 전년 42% 대비 11%포인트(p) 개선된 것이 눈에 띈다.
직방의 투 트랙, ‘아파트’와 ‘홈 IoT’
홈IoT에 주목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원래 직방의 주력 분야인 부동산 중개 시장이 갈수록 녹록치 않아져서다. 네이버 부동산 외에도 당근이라는 압도적 경쟁자가 생겼다. 당근은 2021년 부동산 직거래 시장에 뛰어들었고, 단숨에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국정감사 기간, 더불어민주당 윤종군 의원실에서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당근 앱을 통한 부동산 직거래 건수(거래 완료 기준)는 2022년 7094건에서 2023년 1~7월 사이3만4482건으로, 네 배 이상 늘었다.
부동산 중개 시장에서 직방은 현재 두 가지 트랙의 전략을 쓴다. 하나는 보다 높은 거래가의 아파트 시장을 겨냥하는 것이다. 단가가 높을수록 소비자는 직거래가 위험하다 느낄 수 있다. 직방은 아파트 거래 시장에서 리더십을 가져가기 위해 지난해 자사 서비스인 ‘호갱노노’를 통해서 전국 아파트 단지 대상으로 매물 정보 제공 서비스를 시작했다.
다른 한편으로는 중개사를 우군으로 끌어들이고 있다. 공인중개사와의 협업을 강화해 매물을 확장하고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인데, 최근에는 전국 아파트 단지별로 전문적인 중개 상담이 가능한 공인중개사 정보를 모아 배너 형태로 제공하는 광고 서비스를 공개했다. ‘아파트+공인중개사’를 묶은 모습이다. 직방과 호갱노노에 직접 올라온 매물을 공인 중개사가 확인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중개인을 플랫폼 안에 단단히 묶어 두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아파트 중개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키우는 하나의 방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개 시장에서 직방과 같은 프롭테크 플랫폼이 어느정도로 성장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로 보인다. 따라서, 홈IoT와 같이 당장 매출을 낼 수 있는 신사업이 직방에는 중요하다.
올해 1월, 직방은 도어락 신제품을 내놓았다. 삼성 홈 IoT 사업부 인수 후 선보인 첫 제품이다. 인공지능(AI)을 결합한 제품으로 비밀번호 대신 안면인식으로 문을 열고닫도록 만들었다. 직방은 디지털 도어락, 인터폰(월패드) 등을 갖고 스마트홈 허브 시장에 진출하겠다는 목표를 가졌다.

도어락은 부동산 중개와는 달리 글로벌 진출도 꾀할 수 있는 영역이다. 직방이 먼저 주력으로 삼은 시장은 홍콩, 대만, 태국, 싱가포르, 베트남 등 아시아 지역의 일반 소비자(B2C)다. 중국에는 이미 법인을 세워 놓은 상황이다. 아시아 지역의 디지털화가 빠르기 때문에 도어락에 AI 등의 상위 기능을 넣어 판매해도 충분히 승산이 있다고 판단했다.
직방 관계자는 “앞으로 디지털 도어락 등의 라인업이 준비가 되어 있기 때문에 2025년에는 제품 판매로 인한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문 사진= 안성우 직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