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건설이 지난 한 달 동안 1조5000억원이 넘는 정비사업 수주실적을 쌓았다. 이미 업계 내 최고 수준의 수주고를 보유 중인 롯데건설은 지난해 말 연임을 확정한 박현철 대표이사 부회장의 지휘 아래 개발사업보다 안정성이 높은 도시정비사업에서 기세를 올리고 있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롯데건설은 올 들어 총 4곳의 정비사업지에서 총 3조1713억원(컨소시엄 합산)의 수주 실적을 거뒀다. 이 중 컨소시엄 사를 제외한 롯데건설의 순수 지분율 기준 공사비는 1조8321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롯데건설 정비사업 실적인 1조9571억원의 94%에 달한다.
특히 1월에 수주가 확정된 서울 용산구 신용산역 북측 제1구역 도시정비형 재개발(3522억원) 사업을 제외하면, 서울 노원구 상계5구역 재개발(GS건설 컨소, 4257억원), 부산 연제구 연산5구역 재건축(현대건설 컨소, 7017억원), 수원 권선구 구원1구역 재개발(현대건설 컨소, 3525억원) 등은 모두 지난달 중순부터 월말까지 2주간 수주를 확정 지은 사업지다.
롯데건설은 올 초 연간 도시정비사업을 통해 최소 2조5000억원에서 최대 3조원의 수주고를 확보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롯데건설은 지난 2022년 창사 이래 최대 규모인 4조2620억원의 정비사업 실적을 기록했지만, 업황 침체가 본격화된 2023년 단 두 곳의 정비 사업지에서 5173억원만 수주했고 지난해 다시 1조9571억원을 수주해 회복세를 띄고 있다.
롯데건설이 이처럼 정비사업 수주를 다시 늘리는 이유는 회사의 규모와 사업 편제를 유지하면서도 안정적인 실적을 영위하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정비사업은 개발사업보다 책임보증 위험이 현저히 낮고 자금조달이나 조합원 물량 확보로 분양률과 사업 지속성이 어느 정도 보장된다.
최근 몇 년간 롯데건설이 매출을 꾸준히 늘리고도 영업이익과 현금흐름의 악화를 경험한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이 높은 대신 리스크가 큰 PFV사업이나 신탁 발주 현장 대신 조합 사업지를 선호하는 이유는 더욱 뚜렷해진다.
박현철 대표이사는 지난 2022년 말 부회장에 오른 뒤 재무구조 안정화에 매진하고 있다. 박 대표는 앞서 롯데지주에서 2019년부터 3년간 경영개선실장을 역임하면서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했고 이후 롯데건설에서도 재무 안정화 성과 등을 인정받아 왔다. 이에 지난해 말 업계에선 이례적으로 대표이사 연임을 확정하는 등 신동빈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다.
실제로 박 대표는 2022년 업계에 불어닥친 부동산 PF 유동성 위기 속에서도 메리츠로부터 9000억원에 달하는 선순위 대출 및 그룹 계열사로부터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재무 안정화를 이끌어왔다.
구체적으로 2022년 말 264.8%에 달하던 롯데건설의 부채비율은 이후 꾸준히 줄면서 작년 말에는 196.0%까지 낮췄다. 총자산 대비 차입금 비율인 차입금의존도 또한 41.6%에서 24%로 대폭 줄였고 2022년 말 6조8000억원에 달하던 우발채무는 지난해 말 기준 3조6000억원으로 축소됐다. 박 대표는 올해 신년사에서도 효율성과 강도 높은 체질 개선을 주문한 바 있다.
롯데건설이 보유한 총수주잔고는 작년 말 기준 42조887억원으로 업계 최고 수준이다. 특히 작년 회사의 연매출 대비 수주잔액은 635%로 업계에서 가장 안정적인 일감을 쌓아두고 있다.
이에 회사에선 높은 사업성과 상징성이 보장되는 도시정비사업을 위주로 선별 수주 전략을 더욱 강화할 방침이다. 롯데건설은 최근 1차 입찰이 진행된 서울 송파 가락1차 현대아파트 재건축을 비롯해 올해 시공사 선정이 예상되는 여의도 대교아파트 재건축, 성수전략정비구역 재개발 등에 높은 관심을 보여 왔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서울 여의도와 성동구 성수동 일대는 물론, 분양성이 우수한 지방 사업지에서도 선별 수주를 통해 뛰어난 사업장을 적극적으로 확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