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11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 NC 다이노스의 더블헤더 1차전. 선발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두산 콜어빈은 2와 3분의 1이닝 동안 8실점으로 무너졌다. 문제가 된 건 투구 내용이 아니었다. 3회 1사 1·2루 위기에서 투수 코치가 마운드로 올라와 교체를 통보하자 이에 불만을 품고 동료인 포수 양의지와 박정배 투수코치에게 ‘어깨빵’을 하며 마운드를 내려갔다. 어깨빵은 어깨로 상대방을 가격하는 행위다. 이날 콜어빈이 보인 행동은 경솔했다. 승부욕으로 포장하기에도 과했다.
얼마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 경선 과정에 참여했던 유정복 인천시장은 어깨빵을 소재로 한 영상을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영상에는 유 시장이 길을 가다가 한 시민과 서로 어깨가 부딪치는 장면이 나온다. 시민이 불쾌한 표정을 짓자 유 시장이 허리에 두른 벨트를 내보이며 자신이 ‘시장 두 번, 국회의원 세 번, 장관 두 번’했다고 알린다. 그러자 그 시민은 아무렇지 않은 듯 춤을 추며 가던 길을 가는 모습이 이어진다. 어깨빵을 희화화한 경우로 보기 좋을 리 없다.
일본에서 처음 등장한 ‘어깨빵’족은 주로 관계 맺기에 실패한 남성들로, 사람이 붐비는 곳을 찾아 일부러 낯선 사람과 충돌하는 식으로 분노를 표출한다. 일본어로는 ‘부딪치는 남성’이라는 뜻의 ‘부쓰카리 오토코’라고 부른다. 주로 약자인 여성에게 모욕을 주고 쾌감을 느낀다고 한다. 이러한 ‘어깨빵’족의 행태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공분을 불러일으켰고, 많은 이들이 엄한 처벌을 촉구하지만 쉽사리 근절되지 않는다.
어깨빵 범죄가 전 세계로 확산하고 있다는 외신보도까지 나왔다. 17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영국 인플루언서 아일라 멜렉이 최근 런던 동부의 운하 길을 따라 걷던 중 거구의 남성과 어깨가 부딪힌 뒤 그대로 쓰러졌다. 멜렉은 “남성이 나를 일부러 들이받았다. 우연일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우리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해 1월 40대 남성이 일면식도 없는 여성에게 어깨빵을 가해 피해 여성 엉덩이뼈가 골절된 경우도 있었다. 비단 여성만 공격대상이 아니다. 사회 갈등이 심해질수록 더욱 경계해야 할 일이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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