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이 30일로 출범 1주년을 맞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산물 유통구조를 개선하고 오프라인 도매유통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지난해 11월 온라인도매시장을 개장했다. 이어 올 5월엔 관계부처 합동으로 ‘농수산물 유통구조 개선방안’을 내놓고 해당 시장 활성화 등을 통해 유통비용 10%를 절감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온라인도매시장은 1년간 어떤 성과와 과제를 남겼을까. ‘농민신문’은 이 물음에 대한 답을 모색하고자 26일 서울 서초구 aT센터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 상황실을 찾아 현장 좌담회를 열었다.
- 1년간 성과는.
▶이상길 aT 처장=올해 1월1일∼11월24일 농수산물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거래된 품목은 청과·양곡·축산·수산부류 99개 품목에 이른다. 이 기간 전체 7만1191건, 18만2632t이 거래됐다. 거래금액은 4383억원으로, 다음달이면 올해 목표했던 5000억원을 돌파할 것으로 기대된다. 개장 후 거래규모 1000억원을 돌파하는 데 168일이 걸렸지만 4000억원은 34일이 소요됐다. 월평균 거래액도 올 1월 65억원에서 10월 637억원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10월 기준 농가 수취가는 개장 전 대비 2.4% 향상했고 유통비용은 7.1%포인트 감소한 것으로 파악된다. 탄소배출량 감축규모는 33만6102㎏으로 추산된다.
- 실제 이용해본 산지 출하조직과 소비지 구매조직의 경험이 중요할 것 같다.
▶박진석 제주조공법인 대표=제주조공법인에선 시범 사업기간인 지난해 11월8일부터 올해 10월말까지 온라인도매시장을 통해 농산물 9424t을 판매했다. 금액으로는 969억원 수준이다. 품목별로는 과일류 785t, 채소류 8369t이 거래됐다. 제주조공법인은 3㎏들이 노지감귤 소포장품, 세척당근 15봉지들이 상자 포장품 등 온라인도매시장 전체 특화상품 12개 중 과일류 3개를 기획해 선보였다. 온라인도매시장에 이처럼 공을 들인 것은 대형 유통업체가 침체된 가운데 새로운 판로를 확보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이었다. 1000개가 넘는 구매조직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것은 산지로선 너무나 좋은 장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비대면 거래이다보니 농산물 품질에 대한 신뢰를 구축하는 것이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제주조공법인은 자체 유튜브 채널을 개설해 온라인도매시장 구매조직을 구독자로 유치, 산지 작업 영상을 보여주면서 신뢰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안준형 오아시스마켓 대표=오아시스마켓은 산지에서 구매한 농산물을 온·오프라인으로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회사다. 그러다보니 농산물 상품기획자(MD)의 가장 큰 숙제는 경쟁력 있는 산지를 확보하는 것이다. 특히 농산물은 여러 이유로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할 때가 종종 있는데, 이때 제3의 산지를 발 빠르게 발굴하는 게 MD 역량으로 평가된다. 온라인도매시장은 MD가 산지를 직접 찾지 않아도 플랫폼 안에서 다양한 산지를 탐색해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용하다.
- 시장 활성화 제언이 있다면.
▶주재창 한국농수산대 교수=‘온라인 가락시장’을 표방해 출범한 만큼 현재 공영도매시장의 단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제도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
시장이 살아나려면 구매력이 큰 구매자가 많아져야 하고 특히 중도매인 거래규모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 현재 온라인도매시장의 유통 경로를 보면 산지에서 중도매인이 직접 집하해 소매상에게 판매하는 비중은 전체의 2%에 불과하다.
또한 거래 상위 품목 1∼3위는 양파·사과·마늘이다. 모두 저장성 높은 품목이다. 저장성이 떨어지는 품목도 대량으로 취급할 수 있도록 구매자가 저온저장시설을 확충하는 데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
▶안준형=자체 MD를 대상으로 의견을 물어본 결과 상품의 상세 정보 갱신이 느리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산지·품목·규격 등 상품에 대한 기본 정보도 여전히 부실하다는 지적도 있었다. aT 측에서 산지 출하조직을 대상으로 온라인도매시장 참여 요령에 대한 교육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
- 정부 지원 계획은.
▶이유철 농식품부 사무관=정부는 관련 규제를 지속적으로 완화했다. 청과·양곡·축산 부류에서 가공식품·수산 부류까지 거래 가능 품목을 넓혀 출범 당시 39종이었던 거래 가능 품목수는 이달 5일 기준 195개로 확대됐다. 직접 판매자 가입 기준도 전년도 취급규모 50억원에서 20억원으로 내렸다. 온라인도매시장에서 원물 구입 후 가공·판매를 할 수 있도록 ‘판매·구매자’ 동시 가입도 허용했다. 시장 규제 완화 방안을 담은 ‘농수산물 온라인 도매거래 촉진에 관한 법률 제정안’이 여야 의원 주도로 4건이 국회에 발의된 상태다. 올해 안에 법 개정이 이뤄질 수 있도록 정부 차원에서도 최선을 다하겠다.
▶이상길=온라인도매시장은 2027년 거래액 5조원을 달성하는 게 정부 목표다. 이를 위해 플랫폼 기능 고도화에 더욱 박차를 가하겠다. 올해는 온라인도매시장 활성화 관련 예산이 12억원이었지만 내년도 정부 예산안엔 96억원으로 대폭 확대 편성됐다.
판매·구매자 의견을 잘 수렴해 온라인도매시장이 전국 33번째 공영도매시장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서효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