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월 14일부터 21일까지 윤석열 대통령이 페루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APEC) 정상회의 참석차 해외순방을 다녀왔다. 취임 2년 6개월 만에 스무 번째 해외순방이었다. 역대 대통령 중 동일 기간 횟수는 이명박 대통령과 비슷하다고 하는데, 순방 기간은 최장이며, 한 회 평균 50억 원이 넘는 순방 비용과 그에 비한 외교적 성과에 대한 의문 등은 일단 논외로 치자. 나가기만 하면 외교 참사급 언행과 구설수로 국민을 부끄럽고 참담하게 만들어 왔기에 이번 순방에선 또 무슨 사고를 칠까, 조마조마해 하는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다. 세간의 눈초리가 무서워 조심했던 것인지(아니면 언론 보도를 막은 것인지), 부인인 김건희 씨를 떼 놓고 나가서 그런지, 이번 순방에서 특별한 구설은 없었다. 그렇다고 별일이 없었을까?
11월 15일(페루 현지 시간), 한미일 정상회담이 있었다. 지난해 8월 캠프데이비드 정상회담 후 15개월 만에, 그리고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 당선 이후론 처음이다. 물론, 이미 여러 차례 예고(9월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 ‘연내 정상회의 개최’ 공언 등)된 것이었기도 하고, 3국 정상이 만나는 것 자체를 문제 삼을 일은 아닐 수도 있다(그러나 한미일 3국의 비정상적, 일방적 관계를 생각하면 그들의 만남부터가 문제인 것도 사실이다).
회담 후 채택한 공동성명에서 이들은 “지난 15개월 동안 우리는 지속 가능한 3국 파트너십을 구축해 왔다”고 평가하고 “3국 간 공동의 의지를 조율하고 이행하기 위한 ‘한미일 협력 사무국’을 설립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신설되는 사무국은 “인도·태평양을 번영하고 연결되며, 회복력 있고 안정적이며, 안전한 지역으로 만들기 위한 우리(3국)의 목표와 행동을 더욱 일치시키도록 보장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결국, 한미일 안보협력 사무국은 안보협력 제도화를 위한 핵심 조치로서, 사실상 한미일 군사동맹의 완성단계를 의미하는 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들어서고 지난 2년 6개월 동안,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 움직임이 매우 빠르게 추진되어 온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그 사전 조치로 지난해 초 ‘강제징용 피해자에 대한 셀프배상법’, ‘일본에 대한 과거사 면죄부’, ‘독도 영유권 포기’까지 내비치며 ‘일본과 관계 정상화’에 매진해서 온 국민을 분노케 하지 않았는가? 이를 바탕으로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정상회담을 열었고, 지난 7월에는 ‘한미일 안보협력 프레임워크(TSCF) 협력각서’가 체결되어 3국 간 각종 협의체의 설치, 군사정보 공유, 다영역 훈련 정례화 등 한미일 안보협력을 정례화, 제도화시켜 가고 있다. 이제 한미일 안보협력 사무국이 설치되면 상설적 운영이 가능한 사실상의 군사동맹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특히 3국 다영역 군사훈련인 2차 프리덤엣지(한미 훈련인 프리덤실드+미일 훈련인 킨엣지) 훈련이 지난 13~15일 제주 남방 공해상에서 미 항공모함, 한미일 전투기 등 대규모 공격무기들이 투입된 가운데 진행됐다. 한편에서는 대규모 공격무기를 동원한 한미일 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면서, 동시에 ‘안보협력 사무국 설치’ 등의 군사협력 제도화 조치가 함께 진행된 것이다.
한미일동맹은 미국과 일본의 패권 야욕을 위해 북한, 중국, 러시아 등 주변국들을 적대하고 진영 간 대결을 격화시키는 것이다. 즉, 미국, 일본의 패권 정책에 결박, 일체성을 높여 3국 군사동맹을 현실화하면 할수록 외부 분쟁에 연루될 위험성은 높아지고 한반도를 둘러싼 적대적 갈등도 격화될 것이 분명하다.
미국의 전쟁 대결 정책에 편승을 넘어 돌격대를 자처하고, 역사 정의를 훼손하면서까지 일본 재무장과 자위대의 한반도 진출을 뒷받침하며 한미일 군사동맹 구축을 강행하는 것이 윤석열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의 핵심이자 전부이다. 윤석열 퇴진이, 정의요 평화요 주권이라고 하는 이유다.
이은미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울산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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