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규 전문대교협 사무총장
“전문대·일반대 역할 명확한 구분 필요
교육부 내 전담 부서 만들어 지원해야”
“4년제 대학이 우리 사회가 필요로하는 인력보다 많죠. 사회는 고급 인력이 소수인 피라미드 모양인데, 고등교육 진학 구조는 가분수라는 의미입니다. 청년 실업이 생길 수밖에 없죠.”

김병규 한국전문대학교육협의회(전문대교협) 사무총장은 지난달 25일 ‘쉬었음 청년’ 문제를 이같이 진단했다. 교육행정 전문가인 김 사무총장은 행정고시(36회) 출신으로 2023년 11월 전문대교협 사무총장에 취임했다. 교육부의 주요 보직을 두루 거쳤고, 강원특별자치도 교육청 부교육감 등을 역임했다.
김 사무총장은 우리 사회에서 4년제 대학을 졸업한 인력이 필요보다 많이 양성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병원을 예로 들며 “의사도 필요하지만, 물리치료사, 방사선사 등 전문대를 졸업한 인력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어 “세계 어떤 나라도 4년제 대학 재학생 비율이 직업교육하는 고등기관보다 많은 데가 없다”며 “청년실업률의 뿌리가 여기서 나온다고 본다”고 했다.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세계에서 가장 높은 70%에 달한다.

그는 향후 직업계고의 취업률이 더 낮아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인공지능(AI)의 발전으로 고용 시장 전체가 흔들리고, 특히 직업계고 졸업자는 불리해질 것이라는 우려다. 상대적으로 상고 출신이 많이 진출하는 금융계는 영업점을 줄이고, 하물며 애니메이션마저 AI가 제작하는 시대여서 특성화고도 타격이 불가피하다. 김 사무총장은 “전공 분야가 무엇이든지 간에 AI의 영향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직업군이 전문화·고도화돼 가는 가운데 직업계고 학생들이 역량을 충분히 갖추고 사회에 진출하고 있는지도 점검할 부분이다. 그는 “직업계고 1학년까지는 일반계고와 거의 동일한 교과목을 이수해야 해 사실상 자기 전공을 학습하는 기간은 2년뿐”이라고 분석했다.
김 사무총장은 전문대와 일반대학과 간 역할 구분이 명료하게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봤다. 일례로 취업률을 대학의 핵심 평가지표로 삼는 부분이다. 반려동물학과 등 전문대 특화 학과를 일반대학이 취업률을 위해 개설하는 문제도 그 연장선이다. 그는 “예술대, 인문대 등 취업이 교육 목적이 아닌 일반대를 일률적으로 취업과 연계해 평가해서는 안 된다”고 했다. 이어 “일반대학의 본래 기능을 엄밀히 따지면 취업과 상관이 없지 않냐”고 부연했다.

전문대가 산업 현장의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교육 당국의 규제 완화도 필요하다. 김 사무총장은 “대학에서 하는 학문을 예로 들면 오늘도 수학을 배우고 100년 전에도 수학을 배우기 때문에 교수 채용도 그것에 맞게 하면 된다”며 “반면 전문대는 변화에 맞게 유연해야 하므로 전임교원 확보율을 대학평가 기준으로 삼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무엇보다 전문대 관련 업무를 교육부 내 하나의 부서에서 통합해 정책을 만들고 지원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전문대 업무가 교육부 내 여러 부서에 산재해 교육혁신을 저해하고 있다”며 “한 부서에 통합하면 전문직업 교육기관으로서 특성과 장점을 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이지민 기자, 사진=이제원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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