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스닥 상장사 엑시온그룹이 체질 개선 작업에 한창이다. 인수합병(M&A), 인재 채용에 적극 나서며 기존 이커머스 회사에서 제조업, 디지털 자산 등으로 사업 기반을 확장하고 있다. 그러나 이에 필요한 자금 대부분을 잦은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충당하고 있는 점은 투자자들로썬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엑시온그룹은 지난해 6월 아이에스이네트워크에서 이노파이안으로 최대주주가 변경된 이후 현재까지 CB를 총 7회 발행했다. 약 1년 2개월에 걸쳐 총 5~10회차 CB가 발행됐는데, 이 중 7·12회차는 만기가 30년짜리에다가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이 없는 영구 CB다. 11회차 CB는 애초 지난달 말 납입이 예정됐지만 이달 28일로 밀렸다. 이달 말 11회차 CB가 계획대로 납입되면 발행횟수는 총 8회로 늘어난다.
이 회사는 최대주주 교체 이후 부동산 자산 매입, M&A 등으로 몸집 불리기에 주력해왔다. 이에 필요한 인수 자금은 현금이 아닌 엑시온그룹 주식과 매매대금을 맞바꾸는 형태로 조달했다. 최근 발행한 65억원 규모 12회차 CB는 배관설비 시공사업을 영위하는 엠제이테크 인수 대금으로 사용했다. 12회차 CB는 정재영 전 엠제이테크를 상대로 발행됐다. 지난해 쓰리문개발로부터 경기 하남시 풍산동에 위치한 부동산을 매입할 때는 중도금 112억원을 5회차 CB를 발행해 납입했다. 6회차 CB는 지난해 6월에는 카본코리아 지분 51%를 매입하는 데 사용했다. 5·6회차 CB는 거래 상대방인 쓰리문개발과 당시 카본코리아 최대주주인 큰솔이 각각 인수했다.
작년 8월 코넥스 상장사 오건에코텍의 고분자폴리머 사업부 양수를 결정할 때 380억원의 인수대금 가운데 223억원은 채무를 승계하는 조건으로 갈음했고, 9·10회차 CB를 발행해 나머지 40억원을 납입하려고 했다. 그러나 해당 M&A에 반대한 오건에코텍 주주들의 주식매수청구권 행사 규모가 40억원을 초과해 거래는 무산됐고, 납입까지 이뤄졌던 9·10회차 CB는 발행이 철회됐다.
문제는 주가가 전환가액을 웃돌면 주식 전환, 밑돌면 조기상환청구권(풋옵션)을 행사할 수 있는 CB 특성에 따라 상당히 복잡한 거래 구조가 나타나는 점이다. 5회차 CB 전환가액(2670원)의 최저 조정가액은 1869원이지만 지난해 11월 엑시온그룹 주가가 이를 밑돌면서 전환권 효력이 약화했다. 이에 엑시온그룹은 5회차 CB 발행액 112억원 중 40억원을 4개월만에 중도상환하고 나머지 55억원은 7회차 영구 CB를 발행해 대용납부했다. 부동산 양수대금 대부분을 납부한 상황이지만 엑시온그룹 측이 잔금 5억원 지급을 미루고 있어 아직 매입이 완료되진 않았다. 쓰리문개발은 최근 약 78억원의 채권을 근거로 엑시온그룹 보통주에 압류를 거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 해당 압류는 압류 결정 후 약 두 달 만에 해제됐다.
M&A가 줄곧 이어지는 가운데 일각에선 외형 확장에 나서는 모양새가 우려스럽다는 의견이 나온다. 엑시온그룹이 M&A에 나선 기업들은 제조업, 이산화탄소 포집·저장 전문 전문기업으로 본업과는 거리가 멀다. 엑시온그룹은 2000년 설립된 전자상거래 사이트 운영회사로 SK글로벌(현 SK네트웍스) 사업부가 전신이다. 대표 사업은 온라인 패션 플랫폼 '위즈위드'다. 올해로 업력이 25년째지만 펀더멘탈은 빈약하다. 2022~2024년까지 3년 연속 100억원대 순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올해 1분기 매출은 11억원에 불과하지만 순손실은 28억원에 달한다. 지난 3분기 말 기준 현금은 7억원뿐이다.
최근에는 디지털 자산 영역으로도 손을 뻗고 있다. 다음 달 29일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블록체인 기반 가상화폐 매매 및 중개업을 정관에 추가할 예정이다. 회사 측이 가상자산 전문가로 꼽은 송한얼 퍼스트소울코리아 대표와 진대호 퍼스트소울코리아 이사도 신규선임할 계획이다. 해당 사업에 필요한 자금 100억원은 11회차 CB를 통해 조달한다. 지난달 말 기준 엑시온그룹 CB 발행한도는 2650억원이 남았다.
엑시온그룹 관계자는 "엠제이테크 인수로 올해 말 흑자 전환을 예상하고 있고, 현재로썬 타 회사 영업권 인수 계획은 없다"며 "11회차 CB 납입이 완료되면 신사업 추진 자금은 충분하기에 현 시점에서 추가 CB 발행은 계획하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