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은행권이 하반기 퇴직연금 로보어드바이저(RA) 일임 서비스 진검승부에 들어간다. 지난해 말 도입된 '실물이전(계좌 갈아타기)' 제도 시행 이후 증권사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적립금 이탈을 방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7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이 올 하반기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출시할 예정이다. 신한은행은 쿼터백자산운용·콴텍과, 우리은행은 콴텍·파운트와 손잡고 상품을 구성을 마무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은 올해 들어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내놓고 있다. 3월 하나은행(파운트 제휴)을 시작으로 6월 NH농협은행(AI콴텍·디셈버앤컴퍼니 제휴) 그리고 이달 KB국민은행(디셈버앤컴퍼니 제휴)까지 관련 상품을 출시했다. 신한·우리은행까지 가세하면 사실상 '빅5' 은행 모두 퇴직연금에서 RA 일임 서비스를 도입한다.
RA 일임 서비스는 인공지능(AI) 기반 알고리즘이 투자자 성향에 따라 퇴직연금 포트폴리오를 자동 운용하는 서비스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낮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에서 벗어나 실적배당형 자산 비중을 키울 수 있다.
은행권은 최근 퇴직연금 시장에서 큰 도전을 맞았다. 지난해 10월부터 퇴직연금 계좌 간 '실물이전' 제도가 도입되면서 이동 장벽이 낮아지자 은행에서 증권사로 자산 유출이 급증했다.
금융투자협회 등에 따르면 지난해 10월 이후 올 상반기까지 약 1조원 이상 퇴직연금이 은행에서 증권사로 이동했다. 5대 은행만 놓고 보면 퇴직연금 시장에서 2분기 기준 약 187조원 적립금을 쌓아, 증권업계(100조원)에 비해 아직 우위지만 그 영향력을 빼앗기고 있는 셈이다.
증권업계는 은행권에 앞서 2022년부터 미래에셋증권·삼성증권·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 등 다수 증권사가 '퇴직연금 RA 일임 서비스'에서 혁신금융 지정을 받으며 경쟁력을 키워왔다. 증권사 퇴직연금은 낮은 수수료·ETF 기반으로 RA 은행 상품에 비해 수익률 면에서 우위다.
은행권은 하반기 RA 서비스 도입으로 상품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수수료 기반 비이자이익 확대도 꾀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자이익 중심 사업모델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장기 운용 수수료를 기반으로 하는 퇴직연금 시장이 새로운 수익원”이라면서 “은행도 AI 기반 알고리즘 확대, ETF 라인업 고도화, 사용자 편의성 강화 등 전방위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시소 기자 siso@etnews.com